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굿모닝 에브리원 - 방송도, 사랑도 그녀의 뜻대로(강추)

효준선생 2011. 3. 14. 01:01

 

 

 

 

뉴욕에 소재한 방송사 IBS에 간신히 취직한 베키의 절치부심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직도 제대로 된 직장을 잡지 못한 이 시대의 백수 청춘들이 떠올랐다. 선배들이 싸질러 놓은 경제파탄의 유탄을 제대로 체감하면서 갈수록 위축되는 모습과 3류 대학출신으로 경력도 일천한 그녀가 보여주는 활약상은 묘하게도 다른 듯 닮은 데가 있었기 때문이다.


늦잠꾸러기의 아침을 깨우는 데 화끈하고 충격적인 뉴스만큼 확실한 자명종은 없다. 예전 새벽 6시에 일어나야 했을 때 자명종을 대신 했던 것은 바로 전날 자동으로 켜지게 맞춰둔 텔레비전의 알람기능이었다. 6시가 되면 시끄러울 정도의 시그널이 흘러나오고 그날 최고로 쌈박한 뉴스가 일제히 쏟아져 나왔다. 비몽사몽간에 그 새로운 뉴스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하던 때, 조금만 루즈해지면 다른 방송으로 돌려버리고는 아침준비를 했다.


공중파라고 해봐야 달랑 3+1에 똑같은 뉴스를 쏟아 내던 때 KBS2은 상대적으로 말랑한 이야기를 해맑은 표정으로 들려주었다. 영화 굿모닝 에브리원은 정식뉴스 프로그램이 아니라 일상의 시시콜콜한 연성뉴스를 소개하는 IBS의 데이 브레이크를  무대를 하고 있다. 베키는 바로 이 데이 브레이크의 책임 피디로 있고 그는 자존심만큼은 절대 남에게 지고 싶어 하지 않는 두 진행자 사이에서 시청률과 피터지는 전쟁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이 영화는 무엇보다 삼각편대에 의해 진행되는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젊은 피디와 프로그램의 오랜 터줏대감 칼린, 그리고 9시 뉴스에 가야한다고 믿고 있는 우직한 마이크가 그들이다. 그들 간의 팽팽한 실랑이의 한 축을 깨고 프로그램 폐지를 위해 힘을 합쳐야 하는 이른바 묘책을 내야 하는 베키의 책무이자, 그녀가 살아가는 이유다.


백조는 우아하게 호수를 거니는 듯 보이지만 수면아래에선 발버둥에 가까운 발짓을 해야 그 자세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방송도 그렇다. 수없이 난잡하고 시장통 같아 보이는 그곳에서 가장 아름답고 적합한 내용만 추려내야 하는 모습들. 사람이 많다보니 별 일이 다 생기고 그 안에서는 각종 추측과 질시도 난무한다.


영화에서는 지독하게 그려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베키는 인복은 있는 편인 듯 싶었다. 최소한 그녀를 짓밟고 이기려하는 경쟁자는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들 목적의식을 가지고 있고 조금만 노력하면 선의의 팀웤은 충분히 만들어 볼 수 있다는 것. 바로 그 점 때문에 베키는 스카웃 제의에 선뜻 나서지 못한 것이다. 행운인 셈이다.


고단한 세상살이가 어디 방송국뿐이랴만 이 영화는 있어 보이는 직장, 소위 방송고시를 통과하고 야근을 밥 먹듯 하며 개인 사생활은 일단 접어두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조건하. 그래도 도전하고 싶다면 얼마든지 해볼 만 할 듯 싶었다. 대신 브라운관에 보이는 것처럼 화려하고 예쁜 것만 하려면 어렵지 않을까 싶었다.


마이크는 자신이 왕년에 했었던 고충을 영웅담처럼 풀어 놓는다. 과장이 좀 섞여 있지만 그걸 딛고 예까지 온 멋진 노익장과 함께라면 굳이 다른 방송사, 다른 프로그램으로 가지 않아도 좋을 것 같았다. 해리슨 포드의 중후한 멋이 꽤나 인상적이다.        


베키가 면접을 보면서 자신을 피력하는 모습이 멋지게 보였다. 그런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고 투덜댈 청춘도 있지만 자기가 하고픈 일에 마치 코뿔소처럼 달려드는 그녀의 모습에서 이 시대 청춘들도 희망을 좀 얻었으면 좋겠다.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 올 거라며 기다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기회를 잡기 위한 적극적인 실행이 더 중요하다. 누구나 준비는 하지만 나무에 걸린 과실은 몇 개 안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