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줄리아의 눈 - 보이지 않는 공포보다 큰 것은 없다

효준선생 2011. 3. 12. 01:01

 

 

 

 

瞬間이라는 단어는 눈 깜짝할 새라는 뜻이다. 그런데 사람이 위험에 닥쳐 눈을 감거나 뜨는 행위는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없는 불수의근에 의해서라고 한다. 아무리 참으려고 해도 눈을 감는다는 것은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최소한의 저항인데 실제로는 위협요소를 제거하지 못한다. 또 공포영화를 볼때 손으로 눈을 가리는 행위역시 인간은 자신이 싫어하는 대상앞에서 눈을 폐쇄하려는 본능이 있어보인다.


몸이 천냥이면 눈이 구백냥이라는 말이 있듯이 그만큼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될 감각기관이다. 공포를 이야기할 때 폐소공포, 고소공포도 결국 눈에 보이는 현상의 뇌인지적 수축이기에 가능한 이야기들이다. 만약 후천적인 사고나 질병으로 점점 눈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 역시도 엄청난 시련일 수 있다. 눈이 나쁘면 안경을 쓰게 마련이고 안경을 벗을때 그 갑갑함은 누구든지 경험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영영 이 세상의 物象을 볼 수 없다는 것은 그야말로 두려움이다.


영화 줄리아의 눈은 보이지 않는 공포가 현실로 자신앞에 다가왔을때 인간이 보여주는 극한적 두려움은 어떻게 반응할까를 지켜보는 호러를 가미한 스릴러물이다. 이 영화는 쌍둥이는 공간을 격리해도 비슷한 감정을 공유할 거라는 생물학적 전제를 내세운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 맹인 언니 대신 죽음의 비밀을 캐내면서 넝쿨처럼 숨어있는 음모를 캔다는 설정이다.

영화이니만큼 감독은 몇가지 트릭을 심어놓는다. 동생이 움직일때마다 그녀 곁에 머무는 사람들을 의심케 하는 것, 그리고 눈이 점점 안보이게 될 거라는 퇴행성 시력상실증이 갖는 답답함. 전체적인 분위기가 잿빛으로 흐려져 있는 것도 한몫 한다.


범인을 추론하는 것과 보는 내내 시각을 대신하는 청각을 자극하는 소리와 “문”과 “열쇠”라는 도피의 상징을 어루만지는 것들로 하여금 긴장감은 일정하게 유지하는데는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주인공 주변인물의 배역들은 좀 이상한 느낌이 든다. 트릭을 위해 설치해 놓은 덫으로는 이해가 되지만 과연 그들의 역할에 진정성이 있느냐하면 그건 미흡해보였다. 또한 그들이 죽고 도망치고 스크린뒤에서 사라지는 테크닉이 다소 부실한 것도 문제였다.   

 

 

올해도 어김없이 공포영화는 하나 둘씩 정체를 드러낼 것이다. 이 영화를 공포영화의 범주에 넣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몇군데 오싹한 장면도 있고 잔혹한 장면도 두엇 나오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개연성이다. 그 미묘하고 미흡한 개연성이 무엇인지 찾다보면 이 영화의 매력은 10% 부족한 듯 싶었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흠칫했던 장면은 묘지에서 그녀의 어깨에 누군가 손을 올리는 장면이었다. 호러물에서 공포는 피칠갑이나 주인공의 비명에서 기인하지 않는다. 상상을 하지 못한 장면에서 “어? 이상하다”라고 의심하는 찰나에 등장하는 의외성에서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