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사랑이 무서워 - 지키기 힘든 사랑앞에서 혼자 힘들어 하다

효준선생 2011. 3. 10. 01:30

 

 

 

 

소연(김규리 분)의 이야기 - 내가 한 미모하는 건 잘 알아,  홈쇼핑 모델로 인기상종가인데 며칠 전 방송에서 만난 좀 덜떨어진 듯 해 보이는 남자가 나한테 관심있나봐. 그건 그렇고, 내가 좋아하는 박피디한테 이런 말 해도 좋을지 고민이야. 애 생긴 것 같다고. 설마 애를 지우든지, 아니면 헤어지든지 그런 말은 안하겠지?


박피디(김태우 분)의 이야기 - 난 매너 좋고 친절해, 물론 예쁜 여자들에게만, 홈쇼핑 모델하는 신소연하고 그렇고 그런 관계인데, 혹시 나한테 매달리는 건 아니겠지? 딱 질색이야. 요즘 여자 상사하고 잘 지내고 싶은 게 고민이야.


상열(임창정 분)의 이야기 - 솔직히 난 루저급이야. 동네 할마시에게는 탈렌트라고 뻥치고 다니지만 홈쇼핑에서 단역으로 나오는 일을 하고 있어. 집에서는 엄마에게 맨날 구박만 받고 하나 있는 친구는 성 정체성의 혼란이 오는지, 도통 알 수 없는 짓만 해대고. 유일한 말벗은 동네 포장마차 주인이야. 근데 그 아저씨는 오른 눈이 애꾸야. 왼쪽 눈이 애꾸야.


영화 사랑이 무서워는 제목에서 은근히 드러내고 있지만 남의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알고 난 뒤 남자의 고민을 적절하게 풀어가는 방향으로 진행했으면 정말 좋았을 영화였다. 그런데 아쉽게도 앞부분에 너무 많은 웃음코드를 설치하는 바람에 아쉽게도 진지하고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는 이야기거리가 도매금으로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이 영화는 제 핏줄따지는 것으로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하는 한국에서 모두가 만족할 만한 해결점을 도출하는게 쉽지 않을 남의 자식 데려다 키우기라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것도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뻔히 아는 상황하에서라면 대부분은 고개를 갸웃거릴 수 밖에 없다.


아무리 어수룩한 남자라고 해도 자기 자식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던데 아마 진짜 어수룩하든지 아니면 그 여자가 정말 마음에 들어나 보다. 그런데, 막상 태어난 아기를 보니 설사 자기 혈육이 아니라 해도 움찔했던 것도 사실이다. 아기가 귀여워서 그랬나 아니면 그 아이를 낳은 여자를 사랑해서 그랬나.


아무튼 이 영화는 분명 호기심이 가는 소재를 다루고 있음에도 결말과 과정을 보기도 전에 예상할 수 있다는 점은 치명적 약점이면서도 그 한 가운데에 임창정이 고군분투한다는 사실은 장점이다. 요 몇 년동안 그가 출연한 청담보살, 불량남녀등에서 여주인공과 티격태격, 알콩달콩 사랑을 만들어 왔던 이미지는 그의 출세작이라고 할 수 있는 색즉시공의 그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가 보여주는 지극히 본능적인 성적 유머와 유희는 정작 본인은 웃지 않으면서 보는 이를 웃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임창정표” 영화의 전형은 앞 부분에서 그의 장기인 애드립과 슬랩스틱을 화려하게 진열하고 뒤로 갈수록 진솔한 소시민적 행태로 잔잔한 감동을 주는 것인데, 앞부분은 어느 정도 소화를 해냈지만 뒤로 갈수록 마뜩치 않아 보였다. 워낙 혼자 플레이를 잘하는 그인지라 어쩔 수 없다 쳐도 전작과 비교하면 상대역, 그리고 조연들과의 갭이 너무 커 보였다. 연기의 수준이 문제가 아니라 임창정과 그들은 마치 다른 영화를 찍고 있는 듯 한 인상이었다. 만약 이 영화가 잘 안된다면 바로 이 “임창정 영화의 공식”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저런 상황에 닥치면 과연 몇 명의 남자가 “상열”처럼 행동할 수 있을까. 이 영화속에 마음에 드는 딱 두개의 장면은 김규리가 골목에 나와 서성거리는 그 장면, 골목이 아릅답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리고 신생아 실에서 찍은 갓난아이의 모습. 정말 귀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