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컨트롤러 - 테크놀로지가 만든 궁합은 믿지 않아요

효준선생 2011. 3. 8. 00:44

 

 

 

실용과 현재의 가치에 보다 큰 가치관을 두고 사는 서양인들에게 동양의 주역, 그 중에서도 남녀의 사랑과 인연에 방점을 두는 궁합에 어떤 반응을 보일까 물론 그 존재에 대해 설명해 주면 상당한 호기심을 갖는 게 사실이다. 물론 좋다는 결론을 들어야 그 호기심이 만족으로 연결되는 것이지 그 반대라면 인상을 찡그리는 것은 서양인이나 동양인이나 별로 다르지 않다.


사랑하면 그뿐이지 무슨 궁합이냐고 심드렁해 하는 우리도 막상 점집에서 들려주는 짝짓기의 운명의 결과에 일희일비하는게 현실이다. 첫눈에 반해 운명적인 만남이라며 사귀어 온 지 어언 몇 년, 인륜지대사를 앞두고 본 궁합의 불호에 어제 그랬냐고 깨 버리는 일도 다반사인데, 테크놀로지와 결합해 여럿이 떼로 뭉쳐다니며 자신의 운명을 방해하는 자들 앞에서도 결코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두 남녀의 이야기가 바로 영화 컨트롤러의 핵심이다.


여기 대통령이 될 운명의 남자가 있다. 소위 미래 조정국이라는 조직은 그걸 알아내고 그의 전도에 가장 큰 걸림돌은 여자의 접근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또 여자가 있다. 그녀는 세계 최고의 무용수가 될 운명을 갖고 있다. 그런데 남자가 접근하면 그녀는 그 꿈에서 점점 멀어질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들은 만나지 말았어야 하는데, 일은 꼬이고 꼬이며 자꾸 우연을 가장해 인연을 만들어 간다.


상황이 이 정도 되면 서로의 장래를 위해 슬프지만 그 감정을 억누르고 상대방의 미래를 위해 포기하는게 그동안의 정서였다. 그런데 남자는 결코 사랑의 감정을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 대통령의 꿈을 마치 포기라도 할 듯 그는 갖가지 방법을 도모한다. 심지어 미래 조정국의 담당자 마저 자기편으로 만든다. 역시 정치인의 자질을 타고 난 모양이다.


이 영화는 재미있는 장치가 몇 개 있다. 우선 모자다. 미래 조정국 사람들, 이들이 사람인지 귀신인지는 알아서 판단해야하지만, 중절모를 써야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는데 무리가 없다. 또 하나는 문이다. 그들은 수시로 문을 통과하며 마치 축지법이상의 공간이동을 행한다.


마치 인셉션의 공간이동이 떠오르지만 시간의 변동과는 상관없이 3차원적 공간이동에 불과하다. 그들은 이 공간이동을 통해 데이빗과 엘리스의 억지 인연을 막으러 다니지만 어쩐지 역부족처럼 보인다.


이 영화의 결말은 초반부터 예측 가능해보인다. 첫눈에 반한 듯 보이는 둘의 운명을 막으려는 것 자체가 무리다싶었다. 그냥 놔두면 알아서 사랑하고 만약 그 일로 서로의 꿈, 대통령과 무용수가 되지 못한다고 해도 자신의 책임이 아닌가. 성인이 자신들의 행위를 타인에 의해 제어를 받아야 한다니 어불성설이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우연처럼 보이는 일을 많이 마주친다. 그냥 운이 없었나, 혹은 다음에 또 해보지라고 포기하거나 순간적으로 의아해 하는 일들이, 알고보면 다 정해진 운명이다라는 것이 미래 조정국의 의도라는 것이다. 좀 무섭긴 하다. 그런데 그 운명을 누군가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영화 주인공처럼 데이빗과 엘리스처럼 극복하는 경우도 있다.


대통령의 자리를 위협하는 여자와의 만남, 세계 최고의 무용수가 되지 못할지도 모르는 남자와의 만남을 이어가기 위해 열심히 달음박질 하는 그들, 키스 한방에 그걸 극복한다는 게 웃기는 일이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마음의 안위를 받을 수 있다면 그건 우연이라도 운명이 아닐까 싶다. 미래조정국의 일도 착오가 있을 수 있지 않을까 그래도 그 남녀는 행복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래조정국 사람들을 단 한번도 만나지 못하며 하루하루를 신문의 오늘의 운세에 맞춰 사는 처지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