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바빌론의 아들 - 아무도 원치 않는 전쟁의 후유증

효준선생 2011. 3. 6. 01:23

 

 

 

 

영화 바빌론의 아들은 슬픈 영화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를 아들을 찾는 할머니가 나오고 손자는 할머니를 여읜다. 그런데 묵묵히 바라다보고 있자니 알 수 없는 화가 치민다. 왜 그 조손은 먼지 펄펄 날리는 길을 떠나야 하고 그 답이 없는 고생을 해야 하는가


휴먼 드라마임에도 잔잔한 웃음을 주는 장면이 두어 곳 나온다. 할머니와 손자가 머나먼 낫시리아로 가는 버스를 타려가 잠시 헤어진다. 손자는 뒤쪽 창문으로 엉겁결에 올라 탔는데 몸이 굼뜬 할머니는 그러지 못하고 결국 버스를 타지 못하게 되었다. 그제서야 할머니를 찾으며 엉엉 우는 아흐메드. 그때 날랜 뜀박질로 버스를 잡아 세운 아이는 바로 방금전 아흐메드가 함께 담배를 팔아준 그 아이다. 아이는 어려서 담배를 못 팔고 서성거리기만 했는데 장사수완이 좋은 아흐메드가 잠시 도와준 은혜를 갚은 것이다.


또 한 장면, 시골집 근처 도로에서 버스 타는 곳까지 가느라 트럭을 잡아 세웠는데 그 아저씨는 무려 50디나르를 요구했다. 근데 세상물정이 어두운 할머니는 그에게 되는 대로 돈을 집어 주었다. 밤을 새워 달리다 보니 그들 셋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정이 쌓인 모양이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해서는 그 아저씨 아흐메드를 불러 받은 돈을 푹 찔러주며 “할머니 잘 모시란다.”


이 영화는 로드무비의 전형이다. 목적은 있지만 목적지는 불분명하다. 그렇다고 운신이 편한 것도 아니다. 그들이 타고 다는 것은 허름한 트럭,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고물 버스, 심지어 트랙터도 있다. 그들이 찾는 아버지는 감옥에도, 심지어 살아있음을 포기한 듯 찾아본 매장지에도 없다. 이들이 가는 곳이 아버지가 있는 곳이 아니듯, 이 영화의 목적지도 없어 보인다. 그저 이산의 아픔과 전쟁의 후유증으로 만신창이가 된 조국 이라크의 모습을 담아내는 것으로 족해 보인다.


삶은 잘사는 나라나 못사는 나라나 마찬가지로 평화롭게 유지되어야한다. 어느 나라의 욕심쟁이 통치자들의 다툼 속에서 정작 못사는 서민들만 고통에 빠져있다. 아흐메드가 덜그럭거리는 낡은 차에서 할머니의 시신을 부여잡고 우는 모습이 가슴 찡하다. 이라크에서 살지만 말도 통하지 않는 쿠르드족들이 왜 부시와 사담 후세인간의 다툼에서 희생이 되어야 하는 것일까. 힘이 없는 민족의 어쩔 수 없는 희생이라고만 치부하기엔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