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두만강 - 봄이 오면 남매의 웃음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는데(강추)

효준선생 2011. 3. 4. 00:17

 

 

 

동토의 그곳, 설국의 그곳에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들뿐 만이 아니다. 같은 말을 사용하지만 그들은 추위로 꽝꽝 얼어있는 강을 경계로 하나가 될 수 없다. 겨울이 되어 강이 얼면 그들은 불법으로 도강을 해 같은 민족이라는 미명하에 그들의 것을 섭취하려 든다. 그러나 그 과정을 들어다 보면 폭력적이고 일방적이다. 더 이상 잃을 것 없는 그들에게 남은 것은 악인 듯 싶었다. 소리를 질러도 아무 소용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동포라는 굴레를 벗어버리지 못한 듯 싶었다. 


영화 두만강은 조선족 마을의 심심한 다큐멘터리가 아닐까 싶었지만 결론은 충격 그 자체였다. 하지만 영화속에서 보여주는 충격은 쉽게 접근하지 않는다. 그리고 영화 초반부엔 그런 낌새조차 챌 수 없을 정도로 정적이고 단편적이었다. 마치 인위적으로 가위질을 한 것 같은 거친 편집, 배우들이 화면에 잡히면 그제서야 대사를 치는 수준의 아마추어 냄새가 물씬 풍겼지만, 그들은 이윽고 닥칠 불안한 결말에 대해 꽁꽁 싸매고 있었던 것이다.


비록 배우가 그 절묘한 흐름을 다 보여주지 못했다손 아쉬울 것은 없다. 이미 연출가로서 여러 작품에서 신묘한 힘의 영화를 만들어낸 장률 감독은 자기 살았던 고장의 이야기를 그 누구보다 진솔하고 사실적으로 그려냈으리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 길림성 도문시 강연향은 북한과의 접경마을이다. 마을 이름에서 보이듯 그곳은 두만강을 경계로 강하나만 건너면 이북땅이다. 경제적으로 궁핍한 북한 사람들은 이 조선족 마을로 넘어와 끼니를 얻어가는 형편이다. 그 이야기 중심마당은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창호네 집이다. 그렇다고 창호네가 남을 도와줄 형편은 못된다. 돈을 벌기위해 한국으로 간 엄마 대신 할아버지와 남매만 집을 지키고 있다. 그런데 그 창호네와 이웃들은 낯선 이의 방문으로 이내 흔들리기 시작한다.


영화 중반에선 혹시나 했던 일들이 강하고 매섭게 몰아친다. 설마 했던 일들이 현실이 되고 그들에게 아픔으로 남는 장면들, 순박해 보였던 그 아이가 벽돌과 몽둥이를 집어 들게 된 장면은 불신의 시대와, 없이 사는 것에 대한 반항처럼 보였다.


상대적이라는 이유로 자기보다 나은 존재에 빌붙고, 급기야 해체에까지 이르게 만드는 현상, 우중충하고 남루하기만 한 그들 사이에 그래도 가슴 찡한 것은 아이들간의 믿음뿐이었다. 비극적 결말이 온 세상이 눈에 덮혀 하얗게 변한 들판에 핏빛처럼 스며들며 이 영화는 막을 내린다.


치매 할머니가 그렇게 가고 싶어 했던 곳은 어쩌면 북조선이 아닐지 모른다. 있었다가 없어졌다는 다리의 존재도 허상일지 모른다. 두 집단간의 관계를 이어주는 다리는 또 한 명의 불쌍한 피해자인 순희의 스케치북안에서만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들의 슬픔을 완전히 내몰 수 없기에, 오늘도 하루 일과를 마치고 하나 둘 지하철 2호선을 채우는 조선족 아줌마들.  영화속 주인공 남매의 어머니도 그 안에서 피곤한 하루를 정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