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랭고 - 떠돌이가 영웅으로 사는 법

효준선생 2011. 3. 3. 01:55

 

 

 

 

 

헐리우드 애니메이션이 그 기술적 성과말고도 내면에 담고 있는 사회적 메시지도 갈수록 농후해진다는 점은 만화의 주요 관객층은 아이들이라는 고정관념에서만 본다면  다소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외피야 인간에서 벗어나 각종 동물과 심지어 움직이지 않는 물건으로 진화해가며 지금껏 단 한번도 등장하지 않은 생물과 물상을 찾아내는 데도 고심한 흔적이 역력해 보인다.


그럼 남은 문제는 이걸 시장에 어떤 포인트로 마케팅을 하느냐의 문제인데 절대로 사회적 메시지는 우선적으로 담지 않는다. 만약 그랬다가는 아동 관객층으로부터 외면당할 것이 뻔하다. 오늘 본 영화 랭고의 입장에서 보면 위의 사정이 적절하게 들어맞는다. 조연, 엑스트라급으로 가끔 등장하던 카멜레온이 본격적으로 원톱 주인공으로 나오고 그는 사회정의와 환경보호에 대해 일침을 놓으며 부패의 권력과 맞서 싸운다는 것이니 설사 카멜레온의 재롱이 귀엽다고 할지라도 뒤로 갈수록 무거워지며 깊어지는 메시지는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


랭고는 황야의 무법자 시절 최고의 브랜드였던 장고에서 따왔고 스스로가 “장고화”되려고 함이 눈에 띈다. 그에 대항하는 악역들은 죄다 험악하기 이를데 없다. 애니메이션 역사상 이렇게 징그러운 캐릭터들로 포장된 영화가 또 있었나 싶다. 차용한 동물들은 랭고를 비롯한 파충류와 설치류, 양서류, 조류등등이다. 거기에 멧돼지가 엑스트라로 등장한다. 그들의 껍데기는 흉측하고 건조하기까지 하다. 그렇다 이 영화의 소재는 바로 지극한 건조함이다.


물이 없는 세상, 아니 물이 가진 자들에게만 있는 세상, 그리고 반대편에 힘겹게 사는 그들. 우연히 어디서 온지 알 수 없는 떠돌이를 자신의 보안관으로 삼았지만 그 역시 물 부족이라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역부족이다. 그들의 삶 속에 물은 유일한 부족물처럼 보이지만 인간의 재화 모든 것과 치환할 수 있다. 은행이 나오고 뱅크 런의 현상이 나온다. 그러니 오늘날 금융위기 속에서 무너진 몇몇 은행들의 부도에 버금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재화는 돌고 돌아야 한다. 그러나 영화속에서도 보여지는 것처럼 인간으로 추정되는 존재들은 사막을 가로지르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물을 비롯한 재화를 독점하고 반대편에는 오늘도 물 한 모금이 없이 목말라 한다. 어쩌면 부국과 빈국의 차이처럼 보인다. 권력층이라 할 수 있는 시장은 말한다. “물을 지배하는 자, 세상을 지배하리라”


영화의 시작은 이 부와 빈의 장벽처럼 보이는 도로에서의 로드킬로부터 시작한다. 감히 건널 용기가 없이는 절대로 못사는 나라에서 잘사는 나라의 이동이 차단되고 설사 랭고같은 리더가 있어도 절대 넘볼 수 없도록 “사다리 걷어차기”를 서슴지 않는 세상.


영화 랭고의 스토리는 단순하다. 선과 악이 존재하고 탐욕과 가난이 상존하며 넘볼 수 없는 사차원의 그것처럼 명목상의 공존뿐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갈증이 났다. 서민으로서, 없는 자로서, 못사는 나라의 국민으로서 해갈은 정녕 요원한 것인가. 고갈증에 힘들어 하는 아프리카에 이 영화를 상영한다면 눈물을 흘릴 관객이 적지 않을 것이다.   


구제역으로 산 채로 소돼지를 묻어버리고 침출수로 우리가 먹는 수원이 오염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럴 리 없다며 자기들은 남의 나라에서 수입한 비싼 생수를 찾는 고관들이 연상된다면 이 영화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매우 교육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