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파수꾼 - 내 친구는 우리가 버렸다(강추)

효준선생 2011. 3. 2. 00:42

 

 

 

 

 

 

三人行이면 必有我師라는 말이 있다. 즉,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중에 한명은 나의 스승이 되어줄 사람이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세 사람이 길을 떠나면 2:1로 의견 충돌이 나서 도중에 헤어진다는 말도 있다. 어느 말이 맞는 걸까


영화 파수꾼은 우선 대단한 영화라는 칭찬을 해주고 싶다. 물량을 쏟아부은 블록버스터급 영화도 아니고 유명배우들이 이름값하는 그런 영화도 아니다. 그렇다고 풍자와 해학으로 점철된 이른바 계몽영화도 아니다. 또 아름다운 풍광이 있고 거기에 사랑하는 남녀가 등장해서 눈을 즐겁게 해주는 영화도 아니다.


이 영화는 욕이 절반이 넘고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은 칙칙한 교복을 입은 고딩들이다. 그런데도 대단하다고 평을 한 것은 그야말로 쫀쫀하게 짜놓은 얼개에 그 우수성이 있어서다. 그 얼개는 전적으로 감독의 시선과 배역들의 시선이 완벽한 합을 이루어서 가능해 보였다.


청춘들의 인생들은 뭔지 부족하게 그려져 왔다.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풀어낸 뒤, “그래 우리에겐 보다 나은 내일이 있어” 뭐 그런 파지티브한 결말을 내놓는 것과는 딴판이다. 철저하게 세 명의 친구들의 심리구조에 천착하는 느낌이 좋았다. 사실 영화의 도입부는 좀 아리송했다. 캐릭터 분석을 하기에도 번거로운데 거기다 현재신과 회상신이 오락가락하면서 종잡을 수가 없었다. 신인배우들의 마스크도 잘 구분하지 못해 얘가 죽었다는 앤가? 이러는 사이 조금씩 파괴력을 높이는 자극이 전해져 왔다.


기태, 희준, 동윤의 친구관계는 어쩌면 “필유아사(必有我師)”로 갈 수 있었다. 그만큼 이들의 우정은 남부러울 게 없어 보였다. 공놀이를 좋아하고 여자 얘기에 까르르 넘어가는 이들은 여느 또래아이들과 달라보이지도 않는다. 그런데 기태의 한 성격하는 성질머리에서 조금씩 균열이 시작되었다. 누군가에게 관심을 받는 것을 좋아하는 그는 소위 “똘만이”라고 부르는 아이들을 데리고 “짱” 노릇을 한다. 그런 그의 눈에 막역한 친구였던 희준, 동윤의 모습이 점점 작아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희준은 그런 똘마니들하고는 좀 달랐다. 책가방 사건이후 희준은 기태와 관계를 멀리하고 급기야 전학을 가버린다. 이어 동윤마저 여자친구 문제로 기태를 벌레보듯 한다. 기태는 결국 큰 사고를 치고 그의 아버지는 아들의 친구들을 찾아다니며 문제의 실마리를 캐낸다. 


이 영화의 핵심인물은 기태다. 그는 자신에게 따뜻한 밥을 해줄 어머니의 부재와 자신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여자에 대한 희준과의 마찰, 이런 것들을 통해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자신을 따라다니는 똘만이들을 통해 콤플렉스를 해소하려고 했고 희준과 동윤은 그를 멀리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기태에게는 좀 범상치 않은 기질이 보인다. 그건 희준과 동윤이 그를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친구들과의 관계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태는 막말을 하고 행동도 거칠어 보이지만 두 명의 친구들은 자신에게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보루였다. 그런 반증은 곳곳에서 보인다. 여자아이가 자신에게 사귀자고 했을때, 희준을 생각해 거절한 것도, 희준이 전학을 간 뒤 일부러 찾아가 소중히 여기던 야구공을 선물로 준 것도, 또 똘만들이 동윤을 때릴때 적극적으로 말린 것도 알고 보면 기태에게 “친구들의 존재는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디테일하게 언급하고 있는 장면들이다.


하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희준과 동윤을 탓할 수도 없다. 속내를 다 들어내지 않고 거친 모습으로 자신들을 대하는 기태에게서 더 이상의 친구로서 관계유지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 세 명의 친구들 사이에 오해가 깊어지는 장면에서는 좀더 솔직하게 자신의 내심을 털어놓지 왜 저럴까 하는 답답함이 느껴졌다.


그 이면에는 결국 친구이긴 하지만 자기중심적인 그 나이또래의 아이들이 가질만한 자존심, 한 아이의 콤플렉스에서 시작한 걷잡을 수 없는 심리적 왜곡, 결국 소통의 부재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배경은 고등학생들이지만 성인무대로 치환해도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 듯 싶다. 소통의 중요성을 수없이 강조하는 시대를 살지만 답답함 마저 느끼는 2010년 오늘 아닌가. 소통을 하자며 일방적으로 말만 할 뿐 듣지 않기 때문이다. 마음을 열지 못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소위 친한 벗이라고 하는 그들도 이럴진대 하물며 평범한 우리들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큰 사건 사고도 별로 없이 뭔가 터질 것 같은 끈끈한 심리전을 일관되게 밀고 나가는 연출도 돋보이고 고등학생 역할을 잘 소화한 배우들의 연기력에도 박수를 쳐주고 싶다. 박해일의 외모와 억양, 몸짓을 상당히 닮은 기태역의 이제훈은 눈여겨 볼 만한 배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