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미요코 - 우리 둘만으로는 행복할 수 없어

효준선생 2011. 2. 26. 00:59

 

 

 

영화 미요코는 더 이상 개인적인 비밀을 감출 수 없을 정도로 깊숙하게 파고드는 영화였다. 이야기의 얼개는 삐거덕거리면서도 지치지 않고 앞으로 앞으로 힘겨운 행군을 하고, 배우들도 진이 빠진 모습과 반복되는 모습이 교차되면서도 爬行하고 있었다.

정신분열에 걸린 한 만화가의 일생은 파멸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신이 그려낸 만화의 소재가 자기 자신이자 자신의 반려자의 모습인데, 더 이상 진전을 보지 못하게 되자 현실의 그는 자기부정에 빠지고 만다.


1971년 일본에서는 올림픽을 끝내고 국가는 흥분했지만 개인들은 상대적인 박탈감과 허무함에 나르시시즘이 만연했다.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마치 약이라도 하는 양 멍한 눈을 들어 사회적 비판대신 자기 자신 근처에서 벌어지는 일을 일기쓰듯 서술하는데 몰입하고 있었다. 영화속 주인공 아베는 만화가다. 그는 출판사에 몇 개의 원고를 넘기는데 다소 난해하다는 평을 들으면서도 출판되는 행운을 얻는다. 아베는 만화속 피사체를 찾다가 인생의 동반자인 미요코를 만나 결혼하고 둘은 세상엔 오직 둘만 있다는 듯 섹스와 그림그리기에 몰두한다.


그러나 그림을 그릴수록 세상은 그의 그림에 대해 이해부득의 눈길을 보내고 시름에 빠진 아베는 소설가인 가와모토를 자신의 극히 사적인 영역에 끌여들이며 미요코와의 관계를 만들게 한다. 여기에 이르면 현실과 만화속 이야기가 전복되는 듯한 기분을 받게 한다.


이 영화의 흐름은 그다지 매끄러워 보이지는 않다. 대신 몇가지 의미있는 소품이 윤활유역할을 한다. 미요코가 자주 사는 코로케, 그녀는 개당 10엔 하는 코로케를 사다가 나중에는 직접 만들어 출판사 관계자를 만족시켜주는 수준에 이른다. 다시 말해 미요코는 완전히 주부로 연착륙했음을 의미한다. 소설가 가와모토의 구슬은 처음엔 영롱한 빛으로 아베를 현혹시키지만 나중엔 아베의 맨발바닥에 짓밟히는 수모를 겪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주인공 미요코의 역할에 대한 궁금증과 이해가 이 영화를 부담없이 볼 수 있는 관건이 된다. 아베의 피사체가 되고 만화속 여주인공이 되고, 현실에서는 아베와 가와모토의 성적 파트너가 되는 그녀, 옷을 벗고 있는 시간이 더 많아 보이는 그녀의 이미지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20여년에 걸쳐 불안하기 짝이 없는 한 만화가의 반평생과 그의 곁에서 행복을 믿고 견뎌주는 한 여인의 이야기를 80여분에 완벽하게 담아내기엔 부족해 보였다.

대신 더불어 살지 못한 극단적인 개인주의적 생활은 행복하지 못함을 일깨워주는 역할은 해낸 것으로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