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최후의 툰드라 - 그곳에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 살고 있네

효준선생 2011. 2. 20. 01:43

 

 

 

체감 온도 무려 영하 60도, 그나마 오늘은 영하 40도라 견딜만했다. 믿을 수 없는 나레이션이 흘러나온다. 겨울을 여름보다 좋아한다. 눈이 내린 세상은 고요하고 사위엔 아무도 없는 듯 적막한 분위기를 즐겨한다. 그러나 동토의 땅 툰드라에 사는 순록 유목민 네네츠 사람들은 한가하게 분위기 따위를 즐길 여력은 없어 보인다. 잠시 왔다 가는 사계절의 한 철이 아니라 일년 내내 보이는 설경에는 시인이 아니라 막노동자가 더 어울리는 법이다. 그들은 쉬지 않고 일을 한다. 얼음을 깨서 녹여 마실 물을 만들고 순록을 잡아 고기를 먹고 가죽으로 옷을 지어 입거나 내다 팔아 일용할 양식으로 바꾼다. 손톱만큼 짧은 여름엔 한 줌 세상으로 나오는 이끼를 캐어 주방용품과 여성용품으로 대용하고, 순록에게 먹일 초목을 찾아 남으로 북으로 쉴 새 없이 이동을 해야 한다.


영화 최후의 툰드라는 이미 브라운관을 통해 방송된 바 있는 다큐멘타리를 스크린으로 옮겨 놓은 다큐멘타리다. 보도자료를 훑어보니 화면에 보이는 그들의 신산한 삶의 모습외에도 촬영팀의 역경의 과정도 집어 낼 수 있었다. 내용중에 모기에 물려 마치 얻어 맞은 것처럼 얼굴이 팅팅 부은 컷이 삽입된 것은 아마도 촬영팀에 대한 헌사라고 보여진다.


아무도 살 수 없을 것 같은 그곳에도 우리와 흡사해 보이는 얼굴을 한 그들이 살고 있다. 얼굴만 보며 몽골족과 슬라브족의 혼혈처럼 보여 아주 생경한 얼굴만은 아니었다. 간간히 보이는 풍습도 우리와 완전히 이질적인 것도 아니었다. 다소 거친 야만성은 순록을 도륙할 때 보여지긴 하는데 가공식품에 길들여진 우리보다 훨씬 천연의 식품을 섭취하며 살고 있었다.  한국 방송국의 역량으로 이 정도 수준의 다큐를 볼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오로라가 휘감싸는 장면은 정말 압권이다.

 

영화 말미, 아이 둘이 도시의 학교에 가서 적응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짠해진다. 울기만 하는 작은 동생앞에서 자못 의연해 하는 큰 아이의 모습이 자연에서 산다는 것도 도시에서 사는 것도 녹록치 않음을 보여주었다. 그들도 우리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그들은 그곳에서 살고 앞으로도 그곳에서 살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