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만추 - 쓸쓸함이 좌중을 압도하다.

효준선생 2011. 2. 19. 00:35

 

 

 

미국 서부의 항구도시 시애틀의 가을, 메가시티의 번잡스러움과는 거리가 멀다. 눈이 흩날리듯 안개가 자욱하고 그 안개속을 걷는 두 남녀, 인연은 정해진 바 없고 여정의 목적지도 제시되지 않았다. 너무나 우연히 만난 듯 했지만 어쩌면 정해진 인연이었는지 모른다. 아니 필연이었을 것이다.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못해서였지만 어쨌든 그들은 새로운 인생의 길에 나섰다.

비록 얼마 가지 못할 노정이었지만, 그래서 좀 애련하고 처량해 보였다. 배경으로 깔린 시애틀의 외곽. 침엽수 사이를 달리는 버스와 시애틀 시내의 모텔, 그리고 거리들.


영화 만추는 그 무엇보다 계절을 최우선 고려 대상으로 삼았다. 늦은 가을이 주는 고유의 이미지는 120분 동안 조금도 퇴색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안을 느릿느릿 걸어가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부수적인 듯 싶었다. 그렇다고 스토리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1960년에 나왔던 원작 영화의 틀을 가져오는 바람에 자극적이고 깨부수는 액션은 별로 없지만 간혹 무채색에 가까운 이런 영화에 흠뻑 빠져보는 것, 정신 건강에 좋을 듯 싶다.


영화외적인 문제로 개봉을 하지 못할 뻔 했다던 만추, 현빈의 대박 드라마의 힘입어 전세의 역전을 가져온 것은 이 영화에게 단순히 행운이었을까. 물론 탕웨이의 정적인 연기도 좋았지만 드라마 직전의 현빈의 연기를 들여다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이 영화속 캐릭터들은 또한 많이 갖지 못한 루저처럼 보였다. 그건 금전적인 것은 아니다. 유한부인을 만나 생활비를 챙기고 어머니의 유산으로 돈 걱정은 없어 보이는 그들, 그들에게 아쉬운 점은 바로 시간이었다. 함께 있을까를 타진해보지만 그럴 수 없는 여자의 신분, 그리고 그녀 앞의 그 역시 囹圄의 몸이 되고 만다는 설정, 영화속에서 그들이 어떤 죄를 지었는지는 구체적이지 않다.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본 모양이다. 세상끝에 버려진 듯한 두 남녀가 우연히 만나 순수한 감정을 공유하고 하나로 만들어 가려고 하는 순간, 세상은 그걸 왜곡시켜버린다. 마치 자석하나의 n극과 s극은 절대 마주 보고 있을 수 없기에...


만나고 헤어짐은 함께 온다. 그래서 순간은 슬프지만 영원은 반드시 슬퍼할 필요는 없다. 언젠가 또 만날 것이기에, 도리어 그 과정을 지켜보는 타인, 특히 우리같은 영화 관객들에게는 슬픔은 또 하나의 감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