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라푼젤 - 디즈니 장인이 한올 한올 그려내다

효준선생 2011. 2. 13. 00:01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중국황제들은 용상에 앉아 호사를 누리면서도 이런 생활이 좀더 오래 지속되기를 원했다. 운동을 통해 건강관리를 할 리 없고 여색을 즐기고 기름진 음식과 술에 찌든 탓에 단명하기 일쑤였다. 그러니 불로장생을 노리며 그야말로 엽기적인 행각도 서슴치 않았다. 어린아이를 주변에 두고 정신연령을 낮추려고 한 것은 양반이었다. 심지어 아이들의 소변이나 피를 빼 먹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오래 살아지는 것도 아니었다. 부작용으로 급사하는 케이스의 이면에는 역사에 기록되지 못할 이런 이야기가 숨겨져 있었다.


인간은 누구나 젊고 아프지 않고 오래살기를 갈구한다. 의학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식이요법이나 운동을 통해 어느 정도 효과를 얻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그 욕망은 나이가 들면 들수록 심해진다.


마녀급 외모를 가진 노파, 그녀는 왕국의 공주의 황금색 머리카락에서 회춘의 묘약을 찾아냈고 그녀는 앞뒤 잴 것도 없이 공주를 납치해 탑위에 가두어 두었다. 공주가 나이가 들면서 머리카락도 함께 자라나 몸 길이 몇십배는 될 정도로 길어졌고 노파는 머리카락에서 영험한 능력을 빼내갔다.


한국의 여자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조신하게 있다가 시집이나 가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기분이 들까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세상은 위험한 곳이고 건달과 도둑들이 판치는 그런 곳에 가지도 보지도 말라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 그렇다고 집안에 갇혀만 살 수 없는 세상이 아닌가. 조선시대 규방에 갇혀 살다시피한 경우가 떠오른다. 아마 성장기의 여자애들은 당연히 답답해할 듯 싶다. 그런데 라푼젤은 열여덟이 될 때까지 그 좁은 공간안에서 요리를 하고 뜨개질을 하고 책을 읽고 심지어 요가까지 모든 것을 혼자 독학으로 터득했다. 여느 여염집 처녀와 다름없는 재원이지만 외로워 보인다. 그리고 그녀의 소원, 늘 이맘때만 되면 등불이 두둥실 떠오르는 것을 가까이서 보고싶다.


왕국엔 꽤 잘 생긴 도둑이 하나 있다. 플린이라는 청년은 왕국에서 왕관을 훔쳐가지고 나오다 발각되었고 우연히 라푼젤의 처소에 들면서 둘은 만나 인연을 맺었다. 둘은 서로의 바람을 이뤄주기로 약속하고 인생 최초로 집밖으로 나서는 모험길에 나선다.


영화 라푼젤은 고전동화의 애니메이션 작업을 통해 원작을 뒤틀고 한 소녀의 성장일기와 늙고 싶지 않은 인간의 욕심을 묘하게 대비해서 만든 작품이다. 라푼젤의 길고 긴 황금색 머리카락을 표현해냈다는데 매체의 포커스가 맞춰져 있지만 보고 나니 하늘로 두둥실 떠오르는 등불에 더 큰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아마도 그 장면이 새로운 인생,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을 의미하는 클라이막스 장면이기에 그래 보인다.


소녀의 소원은 이뤄졌지만 노파의 소원은 이뤄지지 못했다. 하지만 산다는 것, 늙는다는 것, 그리고 죽는 다는 것을 지금은 행복해 보이는 소녀도 언젠가는 만나야 할 짐이다. 그러니 젊었을때 해보고 싶은 거 다 해보고 살기 바란다. 보톡스가 당신의 피부를 좀 당겨줄지는 모르지만 연륜에서 묻어나오는 智囊이 훨씬 더 멋지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