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생텀 - 아들아 너만은 살아남아라

효준선생 2011. 2. 11. 02:00

 

 

 

 

영화 생텀 홍보 문구를 보니 해저탐험 입체영상이 확실하다고 했다. 그런데 그 두 가지 문구에 미흡하다는 생각이 우선 들었다. 일단 해저가 아니다. 동굴 속, 물론 폭우가 지나간 뒤 그 물이 고였고 그 속을 돌아다닌 것은 맞지만 세트속에 억지로 고난을 배가시키기 위해 만든 장치에 불과했다. 또 입체영상이 맞나 싶었다. 아바타의 제임스 카메룬 감독이 제작했다고 설레발을 쳤지만 정작 감독 이름은 다른 사람이다.


영화를 보기 위해 번거롭기 그지 없는 입체영화 전용 안경을 뒤집어 쓰고 뭐 신기한게 나올까 싶었더니 이제부터 고난을 함께 할 멤버들 얼굴 면면이 보여졌다. 근데 동굴 탐사가 동네 마실도 아니고 어수룩하게만 보이는 아마추어들로 구성된 그들을 보면서 저 인간들, 하나 이상 살아남기 힘들겠군이라는 예상이 저절로 떠올랐다.


액션 애드벤처 영화의 부품은 대략 비슷하다. 6~8명의 멤버들, 모인 이유도, 목적도 제각각이다. 그리고 캐릭터도 하나 같이 상이하다. 생김새도 흡사하지 않다. 간혹 성별과 인종에도 황금비율을 구성한다. 이 영화 생텀에도 얼추 이런 구도로 시작하는데 특이한 것은 그동안 반목과 갈등이 극에 이른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한다는 점이다. 동굴 탐사에는 이 사람을 따를 사람이 없을 것 같은 리더쉽 짱인 아버지, 청소년기와 청년기 즈음에 있는 아들, 그리고 들러리들. 이야기는 결국 멤버 한 명이 죽고 나서야 이 영화가 본 궤도에 올랐음을 알려주는 신호를 보내주기 시작했다.


어드벤처 영화의 백미는 마치 롤플레잉 게임을 해가듯 관문 하나 하나를 통과하면서 낙오자를 추리고 난관을 극복하고 아이템을 얻고 그리고 나서 다음 관문을 향해가는 그들을 보면서 손에 땀을 쥐고 지켜보는 몰입에 있다. 그 몰입은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다. 그건 생각지도 못하게 아버지의 몰인정에서 비롯되었다. 냉혈한이나 다름 없어 보이는 아버지, 죽을 놈은 다 정해져 있고 이미 죽은 자에게는 눈물 한방울의 애도심도 필요없다는 식으로 나오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따라가야만 목숨을 부지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에 아들은 혐오스럽다. 하지만 부자유친은 동양에만 있는 것은 아님을 과정을 겪으면서 알려준다.


아쉽게도 코너 하나를 지나면 변사체가 되어야 하는 우리의 조연들, 부자의 활약에 그들의 비중이 너무 작은 것이 아쉬움이라면 반대로 내가 살기 위해서라면 희생은 감수해야 하는 법, 그러나 자신의 아들만큼은 안된다는 아버지. 이야기만 들으면 눈물이라도 찔끔 흘려야 하건만 영화는 그렇게 정서적으로 감동적이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좁은 공간에서 한 번 들어가면 갇혀버려 오도 가도 못하고 끼어서 죽을 수도 있는 협소한 곳, 보는 내내 폐소 공포증을 유발하고 어둠을 유독 싫어한다면 불편한 배경이 될 수도 있다.


아버지는 이런 시를 여러차례 읊었다. “쿠빌라이 칸은 도원경에 아방궁을 만들라고 했다” ...대체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 쿠빌라이는 원나라, 도원경은 후한시대, 아방궁은 진나라때인데.."쿠빌라이 칸은 上都(서양에는 제너두로 알려진)에 멋진 여름별장을 만들라고 했다" 이렇게 해야 옳다. 어쨌든 마치 구두선처럼 읖조리는 부자의 중얼거림안에서 시의 후반 구절에 답이 있는 모양이다. 죽기 전 마지막으로 한마디 남긴 유언 같은,  이 영화의 결말은 바닷속에서 카메라를 정지 시켰어야 마땅했다. 바닷속에서 위를 향해 풀샷으로 잡은 아들의 부유장면, 그곳이 아방궁이고 제목대로 성스런 장소일지도 몰랐는데, 갑자기 튀어나온 해변의 아이들때문에 판자촌에, 사글세방처럼 모양 빠지게 그려낸 것이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