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블랙스완 - 극한적 강박관념의 파괴적 광기(강추)

효준선생 2011. 2. 12. 02:25

 

 

 

 

결론부터 얘기해서 영화 블랙스완은 올해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힐 듯 싶다. 영화를 보고 나서 그 느낌이 금새 휘발되지 않고 온몸에 남아 마치 오한이라도 걸린 듯 떨린다. 관객은 백조를 연기한 니나와 몰아일체가 되어 그대로 포커스 아웃이라도 될 것 같다.


샤워를 하다 거울을 통해 간혹 자신의 나신을 보게 된다. 무슨 생각을 할까 외피의 아름다움에 반하기라도 하면 좋을 텐데 그 속을 깨진 유리조각처럼 날카롭게 파고 드는 한숨, 난 왜 갈수록 이 모양일까 하는 참담함이 갈수록 심해진다.


최근 들어 경쟁은 세상을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될 것처럼 강요되고 있다. 응애하고 태어나 요람에서 잠들고 깨는 그 순간부터 나와 유사한 존재와의 끊임없는 경쟁, 기성세대들은 자신들이 살아왔던 그것처럼 후배들을 들들 볶으며 자신이 가진 부와 명예와 권력의 일부를 경쟁에서 살아남는 자에게만 맛을 보여준다. 경쟁에서 도태된 대부분은 날개가 꺾이고 숨조차 쉴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져 폐인이 되는 것도 시간문제가 된다. 승리자인가 패배자인가. 그리고 승리자가 되어도 마음 편하지 않다. 온갖 신경을 다쓰는 바람에 몸과 마음은 오래 전에 황폐해졌다. 영광은 남았지만 본연의 존재는 이미 사라졌다.


니나는 발레리나다. 외모에서부터 신경질적이다. 쟁쟁한 동료를 제치고 그녀는 발레 백조의 호수의 스완 퀸으로 선발된다. 그러나 그녀에게 주어진 숙제는 이제부터다. 그녀가 완벽한 무대위의 여주인공으로 거듭나기 위해 몸부림칠수록 그녀와 주변에서는 기이한 일들이 연속해서 일어난다. 꿈처럼, 환각처럼, 아니 망상처럼.


니나의 주변 인물들도 하나같이 범상치 않다. 전직 발레리나였지만 자신의 꿈을 접고 딸에게 모든 것을 기대는 엄마, 자신의 선배이자 이미 한물간 발레리나로 버림받았다는 강박증에 자해를 한 베스, 오로지 발레안무 지도에 매달리며 섹슈얼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예술감독, 그리고 자신의 뒤를 노리는 신입단원 릴리등. 니나는 그들에게서 자신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걸어놓고 스스로를 올가미안에 집어 넣는다. 그걸 노력이라고, 그걸 화려한 주연으로 멋진 무대를 준비하는 스완이 가져야 할 최고의 덕목이라고 자부하지만 그럴수록 그녀에게는 이상한 일들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사실 발레 백조의 호수는 차이코프스키의 음악과 제목만 알뿐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인지 영화 초반, 예술감독은 반복해서 발레의 내용을 소개해준다. 그러나 문제는 누가 백조와 흑조의 역할을 할 것이냐였고 그건 절대 불가분의 문제였다. 비록 니나가 그 일인이역의 타이틀롤을 따냈지만 영화는 그때부터 니나와 주변인물을 통해 역할을 나누었다. 예술 감독은 니나에게 넌 백조로서는 완벽해 하지만 흑조로는 문제가 있다고 주지시킨다. 결국 흑조로 상징되는 여러 가지 이미지들, 경쟁, 대역, 도태, 광기, 강박, 퇴폐등은 니나와 주변인물들이 교차하며 보여준다. 영화의 긴장감은 바로 이 부분에서 극대화 한다. 만약 처음부터 니나 혼자 이 모든 부담을 짊어지고 갔다면 영화는 산으로 갈 뻔했다. 그러나 그들은 니나를 중심으로 제대로 공전하고 있다. 마약, 동성애, 살인등, 극한의 행위가 마치 환각처럼 펼쳐지기를 반복하며 결론으로 급격하게 치닫게 된다.  


이 영화는 공포스러운 장면들이 여럿 등장한다. 니나의 몸의 변화, 마치 곧바로 새나, 파충류로 탈변할 것 같은 이미지 컷들, 그리고 거울에 비춰지는 내가 아닌 또 다른 그녀의 자아, 빠른 카메라 컷과 긴장과 이완의 상태를 오고가며 연주해내는 음악, 이 모든 영화적 요소들은 니나의 최초의 무대이자 최고의 무대, 그리고 최후의 무대를 향해 빠르게 달려나간다.


이미 무대 뒤편에서 니나의 심리 상태에 대해 충분히 설명한 바 있는 영화의 결말은 그 종지부를 확실히 찍어주었다. 혹시나 했는데 그 이상의 시퀀스는 그녀의 턴과 함께 훨훨 날아갈 듯 엄청난 파괴력을 선물했다.


영화는 심리적으로 그녀는 일등의 자리에서 밀려나지나 않을까 싶은 강박관념을 관통하고 있다. 그리고 그 묘사는 마치 접사 사진을 들여다 보듯 구체적이고 신묘하다. 거기에는 나탈리 포트만이라는 여배우의 광기어린 연기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여배우로서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 연기해보고 싶다면 니나의 역할은 최적이었다. 아무도 해낼 것 같지 않은 발레리나의 역할, 그야말로 메소드 연기라 칭해도 과장이 아니다.


바람개비에 시작해 풍차가 불어내는 바람처럼 강력해 지는 힘, 보고 나서도 마치 세찬 바람을 맞은 것처럼 얼굴이 얼얼하다. 영화를 보고 나서 내 안의 내가 아닌 듯 싶다. 영화는 누가 보았다. 마치 블랙스완이 나를 보고 있는처럼 느껴졌다. 이런 광기를 느껴보고 싶다면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