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혜화, 동 - 그녀를 사랑하고 싶어질 겁니다.

효준선생 2011. 2. 15. 02:07

 

 

 

민용근 감독의 혜화, 동은 규모만 독립영화 수준이지 극을 끌고 나가는 내러티브와 교차편집, 그리고 근래 보기 드문 카메라 워킹등은 그저 독특하다는 추임새 정도로 끝내기엔 너무 아쉬울 정도로 잘나왔다.


영화 혜화, 동의 존재를 처음 안 것은 작년 4월 서울국제여성영화제때 받은 작은 엽서 한 장에서 시작되었다. 뭐지 이 생경한 영화 제목, 낯선 여배우의 포스작렬 클로즈업, 급하게 한 장을 챙기고는 잊고 있었다. 며칠이 지나서야 가방을 정리하다 발견한 영화 포스터 엽서, 워낙 인상적이어서 나중에라도 개봉을 하면 보리라 마음을 먹었다. 작년 서울독립영화제에서도 놓치고 커뮤니티 카페 초대도 놓치고, 이상스레 다른 일정에 밀리고 치이다 큰 기대감도 많이 사라진 뒤 오늘 보았다. 보고난 소감은 바로 맨 위 서두에 적었다.


고등학생들의 풋풋한 사랑은 아름다울 수 있지만 그 결실은 못내 쓰다. 그걸 미리 알았다면 아니 알았다고 해도 그들은 어쩔 수 없는 인연이었을 듯 싶다. 둘의 캐릭터는 소위 페미니스트나 여성운동가의 눈에는 답답하지 짝이 없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단순히 혼전 성행위로 인해 어린 나이에 출산을 하게 되면 인생 종친다 그러니 그러지 말라는 훈계성 계몽영화가 아니다. 그렇다고 반대로 조장을 하려는 것도 아니다.


감독은 관객을 상대로 교묘한 장난을 친다. 그런데 그게 장난이었음을 알고 난 뒤에도 그렇게 기분나쁘지 않다. 오히려 아이들의 인생, 다시 시작해라 어쩌면 너희들의 운명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라며 격려를 해주고픈 경지에 이르게 된다. 한결 여유가 생겼는지도 모른다.

발칙한 영화라고 볼 수 있는 내용이지만 주연배우만 따라다니는 것이 아니라 수시로 등장하는 개와 강아지를 대비시켜 혹시 인간들 너희들은 개만도 못한 것 아니냐며 비웃는 것 같기도 했다.


입양, 남의 아이를 키운다는 것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 혹시 생모가 찾지나 않을까 아이가 커서 생부모를 찾아가지나 않을까 하는, 거꾸로 과거 잠시 생각을 잘못해서 입양을 시켰지만 이제와 돌이켜 생각해보니 아이가 보고 싶다.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이런 마음들. 인지상정이다. 그리고 그렇게 흘러갈거라 믿었다. 그러나 영화 후반부 세게 뒷통수를 얻어맞았다.


버려짐, 나를 나아준 부모가 이유야 어찌되었든 나를 다른 집으로 보내버렸다. 그런데 그 아이인 나는 이제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겨우 하루를 살았을 뿐이다. 세상을 인지하기도 전에 세상을 하직했건만, 낳아준 부모는 엉뚱한 짓거리를 하고 다닌다. 바람은 동생이나 낳아주길.


앞부분 남자와 여자의 과거와 현재가 교차편집되면서 다소 정신 사납지만, 긴장을 놓지 않게 볼 수 있는 힘이 되었다. 불쑥 뭔짓이라도 벌일 것 같은 팽팽한 활시위같아서 불안불안 조심조심 스크린을 목도할 수 밖에 없었다. 과도할 정도로 얼굴 위주의 클로즈업, 이제 여배우인 유다인의 이목구비는 꿈속에서도 선명하게 나타날 지경이다.


마지막으로 제목, 혜화, 동 무엇인가. 혜화는 여주인공의 극중 이름이지만 동의 의미는 무엇일까. 아이 童의 의미라고 전해들었지만  움직일 동이라는 의미도 좋을 듯 싶다. 그녀의 인생, 이제는 화창한 봄날이 왔으면 좋겠다. 한수가 아니면 어떤가. 선배 수의사에게 농이라며 엉뚱한 소리를 하던 그 장면의 눈빛, 최고의 장면으로 꼽는다. 농이 아닌 듯 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