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걸리버여행기 - 나보다 큰 사람은 또 있다

효준선생 2011. 2. 2. 14:30

 

 

 

 

걸리버 여행기처럼 기발한 상상력을 동원할 수 있는 동화책은 어린 시절, 그야말로 나도 거인이 되어보고 싶다는 꿈을 주기 충분했다. 아니, 내가 거인이 되는 게 아니라 소인국에 나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 정확할 것이다. 왜냐하면 나만 거인이라면 그야말로 왕따 신세가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있었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나처럼 생겼는데 나만 소인국에 가보려는 것이고 나중엔 다시 돌아올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 소인국엔 왜 가고 싶은 것일까 아마도 어린이들에게 어른이 된다는 것은 막연한 동경의 세상이 아닐까 어른들은 하고 싶은 것을 다하면서 아이들에게는 뭐든지 하지 말라고 하니, 어서 커서 어른이 되고파라는 잠재의식이 걸리버 같은 존재에 대해 동경의 마음을 쉽게 품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영화 걸리버 여행기는 기존의 이야기와 크게 달라 보이지는 않는다. 단지 주인공으로 나오는 걸리버가 핸섬하고 잘빠진 몸매의 소유자가 아니라 현실에서는 루저에 가까운 남자에 뚱뚱하고 그다지 잘 생기지도 않은 그런 자다. 그런 그는 엉뚱하게도 자신과 별로 상관없는 일에 휘말려 소인국에 도착하고 그곳에서 이런 저런 일을 겪으며 스스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는 설정이다.


그러니 이 영화는 루저의 자아찾기 정도라고 보면 되는데 그보다는 거인급 외모와 소인국 사람들을 어떻게 하나의 화면에 담아내는지 그 기술적 측면이 더 궁금해졌다. 생각보다는 매끄럽게 나온 것 같은데, 코믹하게 그려내는데 치중해서인지 막 밟혀서 다칠 것 같은데도 별 무리가 없는 것은 좀 이상했다.


영화속에서는 기존의 영화를 좀 비트는 장면도 나온다. 예를 들면 아바타를 가바타라고 하거나 트랜스 포머의 캐릭터를 아예 물릴쳐야 하는 상대 로봇으로 차용하기도 한다. 또한 선악의 대비를 위해 소인국의 장군을 배신자로 그려넣고 싸움을 시키려는 건 걸리버가 사는 세상이나 그들이나 다름이 없어 보였다. 잠시 등장하는 건데, “갈 수 없는 섬”에 보내진 걸리버를 마치 인형다루는 듯 한 “거인국”이 나오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자신이 거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자신보다 엄청 큰 거인이 따로 있다는 것. 그럼 거인국의 여자애와 소인국의 사람들은 그 차이가 도대체 얼마나 나는 것일까


이 영화의 주요 타겟은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데 어른들은 어린 시절의 동화책을 떠올리며, 아이들은 그런 어른들의 손을 잡고 극장을 찾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