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 우리도 곧 따라가야할 삶의 궤적

효준선생 2011. 2. 1. 00:43

 

 

 

대학로 컨텐츠는 확실히 경쟁력이 있어 보인다. 상대적으로 좋은 창작 영화 시나리오의 고갈은 눈에 띈다. 그렇다면 영화 감독과 제작자들에게 대학로의 컨텐츠를 영상화 시켜보면 어떨까 하는 고민은 자명한 일이다. 작년 연말에 좋은 반응을 얻었던 김종욱 찾기가 최근의 이런 루트를 통해 선을 보였고 앞으로 적지 않은 작품이 스크린에서 다시 리패키지 될 듯 싶다.


그대를 사랑합니다 역시 대학로 모 극장에서 장기 공연을 한 바 있는 연극계의 스테디 셀러였다. 연극을 보러 가면서도 이름만 들으면 다 아는 유명 배우들이 나서고 가슴찡한 감동을 줄 것이라는 홍보에 긴가민가 했었는데 어느덧 공연이 파하고 극장안에서 먹먹함을 잔뜩 안고 일어섰던 게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 연극이 영화화 되라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노인들의 사랑과 죽음, 그리고 극적장치가 다소 밋밋한 이유도 있고, 배경도 어느 서울의 산동네에서 벗어나지 못하기에 그러했다. 영화가 주는 스펙타클한 묘미는 확실히 없어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의 느낌은 반드시 시끌벅적하고 피가 튀고 액션이 있어야만 좋은 영화는 아니라는 법, 사람사는 이야기가 진솔하게 펼쳐질 수 있다면 별 양념없이도 맛있는 한 상차림이 나올 수 있다는 것. 그런게 가슴에 와닿았다.


과정과 결론을 다 알고 보았기에 중요한 것은 앞에서 말한 것 바, 좀 심심한 전개를 어떻게 굴곡지게 만들어 낼까 하는 궁금증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영화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어르신 4인방의 연기력은 그런 기우를 저만치 날려버렸다. 별 분장 없이 그 나이에 맞는 캐릭터와 수십년에 걸친 연기 내공은 두말 필요없이 자연스러웠다. 버럭 영감, 김만석(이순재 분)은 우유배달을 하다 동네 할머니 송이뿐(윤소정 분)을 만나 조금씩 정감을 쌓아가고 주차장 관리인으로 있는 장군봉 부부(송재호, 김수미 분)와 인생 마지막 우정을 만들어 간다. 잠시 행복할 것 같은 시간이 지나고 그들 앞에 서서 도무지 비켜주지 않을 것 같은 죽음이라는 녀석 앞에서 그들은 서로의 안부를 묻는 의식을 치르게 된다.


젊은 시절, 아무도 자신이 늙고 병들어 자식들과 소원해지고 혼자된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한다. 그런데 한살 두 살 먹다 보니 그게 아니더라, 누구든지 죽음을 향해 뚜버뚜벅 걸어가고 있더라, 이런 걸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알게 되더라. 그게 인생이라는 것이다 라고 영화도, 보는 관객들도 느끼게 된다.


아무도 시간의 흐름을 거스르면 살 수는 없다. 늘그막에서야 다시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어르신들, 연기도, 연출도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고향의 작은 내와 같았다. 그 흔한 꽃미남 배우하나 없지만 이토록 가슴 시린 이유가 우리도 곧 그들을 따라갈지 모른다는 생각때문이었다. 손수건 한 장 챙겨야 될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