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환상의 그대 - 산다는 것에 대한 다양한 시츄에이션

효준선생 2011. 1. 31. 01:16

 

 

 

영화 환상의 그대는 독특한 전개방식을 가지고 있다. 황혼 이혼을 한 헬레나는 맛사지를 해주는 집에 들렀다가 그 집 여주인에게 운세를 보게 된다. 그런데 그 안에서 언급되는 사람들이 마치 지니의 요술램프 속 만화 주인공들처럼 한 명 한명 쉴새 없이 등장한다. 가장 먼저 전 남편이, 그리고 외동딸이, 다시 그 외동딸의 남편이, 딸이 일하는 갤러리의 사장과 딸의 친구가, 반대편에서는 사위가 사는 집 건너편의 묘령의 아가씨가, 그리고 그 아가씨의 약혼남이. 한 참을 돌아가 전 남편의 새로운 부인이, 이런 식이다.


등장만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들은 한결같이 사랑이라는 화두를 물고 늘어진다. 또 기존 사회질서에서 만들어 놓은 결혼이라는 시스템을 아무렇지도 않게 무너뜨린다. 마치 사랑하는데 결혼은 부차적인 것이다. 난 결국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사랑할 것이다. 그러기에 이혼은 마트에서 물건 사듯 흔하게 등장한다. 헬레나 본인, 딸과 사위, 갤러리 사장 부부, 전 남편과 젊은 여자, 그리고 길건너에 사는 인도 출신의 여자의 파혼까지.


왜 그렇게 그들은 쉽게 헤어지는 모습을 연출하는 것일까 그렇다고 아주 편리하게 다시 “그래, 사랑은 다시 돌아오는 거야”라며 재결합으로 돌아오는 길을 선택하지도 않았다. 출연자들은 알아서 자신들이 좋아하는 사람과 새로운 인연을 선택하는데 박수를 쳐주고 있다.


재미있던 부분은 사랑의 반대말이라고 할 수 있는 오해다. 각각의 캐릭터들은 사랑을 한다고 믿고 있지만 상대방은 “난 아닌데” 라며 모른 척 하는 부분도 많이 나온다. 그러기에 하루아침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고 되도 않는 점성술에 매달리기도 하고 약물에 의존하기도 한다. 그러기에 그들이 펼쳐보이는 각종 에피소드들은 큰 웃음이 아니지만 오해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웃음이 끊임이 없이 등장한다.


감독인 우디 앨런은 결코 유교적인 사고방식은 지향하지 않을 것이다. 산다는 것은 여러 가지 방식이 있고 그 중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고르면 된다고 강요하고 있다. 남들은 왜 남들과 비슷하게 살지 않냐고 꼬집을 수도 있지만 단 한번이라도 행복을 의심해 보지 않고 살 자신이 있는가. 그럴리 없다는 것이다.


영화속 여러 커플중에 나와 비슷한 처지는 누구일까 대입해보는 것도 이 영화를 즐겁게 보는 방법이다. 속도감도 있고 전체적으로 노랑색 톤이 한결 밝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유명 배우들이 나름대로 깨소금 같은 역할을 소화해내는 것을 들여다 보는 재미도 더불어 쏠쏠하다. 그래도 난 한국인인데 라는 “지독한” 편견만 버린다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