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파란만장 - 새로운 시도하의 그 심오한 주제는?

효준선생 2011. 1. 30. 00:45

 

 

영화 파란만장은 한국 영화사에 한 줄 기록을 남길만한 영화다. 영화의 완성도나 내용보다는 필름 카메라가 아닌 개인 휴대용 디지털 기기로만 알고 있던 아이폰으로 영화 한편을 찍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박찬욱 감독 형제는 이 영화를 찍으면서 1억여원을 사용했다고 한다. 물론 적은 돈은 아니지만 노하우가 쌓인다면 이제는 누구라도 영화를 찍을 수 있는 세상이 도래한 것인지도 모른다.


영화의 내용은 단순하다 못해 좀 싱겁다. 한 남자의 죽음과 그를 둘러싼 무속인의 살풀이 행위, 오광록이 죽은 남자로, 이정현이 무속인으로 등장하는데 이정현의 영화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그녀의 포스는 대단해 보였다.


남한강변에서 혼자 밤낚시를 하다 걷어 올린 낚시줄엔 물고기가 아닌 여자의 시신이 걸려있다. 놀란 남자는 도망을 치려고 애를 쓰지만 그럴수록 시신과 얽히게 된다. 잠시 화면이 바뀌고 죽은 자는 여자가 아니라 남자였고 그 여자는 다음 화면에서 죽은 자를 보내주는 일종의 영매, 즉 무속인으로 나온다. 내용을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라면 모든 것이 낯설고 생경해보일지도 모른다. 은근히 아직도 무속에 대해 경외감을 갖는 사람이 많은 이유로 어느 정도 거부감도 없지 않지만 이정현은 오랫동안 그런 일을 해온 것처럼 능숙하게 연기를 해낸다.


영화 제목인 波瀾萬丈은 물결이 높은 키로 일렁거릴때 쓰는 형용사다. 혹은 한 사람이나 사건의 일련의 다사다난함을 형용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다들 자신의 일생은 평온하기를 기원한다. 하지만 그건 자신만의 생각일뿐이다. 내일이라도 어떤 파란이 불러올지 모른다. 심지어 죽음일지도, 누구나 맞을 수 있는 일, 그게 언제인지 모른 채 살아가는 것 뿐이다.


영화를 아이폰이라는 도구로 찍었기에 화질이 나쁘지는 않을까 하는 선입견을 가질 필요는 없다. 화면은 밤장면을 빼곤 효과의 차이를 구분하기 쉽지 않았으며 밤 장면에서의 칙칙함은 그것 자체가 멋진 배경으로 자리잡았다. 여건이 될지 모르지만 다음엔 멋진 장편을 기대해보고 싶다. 박 감독이 아닌 다른 감독들도 시도해 본다면 새로운 파란이 영화계에 몰아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