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웰컴투 사우스 - 낯선 곳에서 정붙이고 살기(강추)

효준선생 2011. 1. 29. 02:49

 

 

 

어떤 동물들은 자신이 살던 곳을 떠나 낯선 곳으로 옮겨가면 적응하지 못하고 죽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몇몇 바다생물들도 바닷속에서 나오자 마자 죽는다고 해서 성질 급한 생선이라고 하는데 성질이 급한 것이 아니라 제 살던 곳을 떠나면 운명같은 것을 느껴서가 아닐까 싶다. 그런점에 비해 사람들은 정말 적응력으로만 보면 동물 중에서도 최고의 저니맨이 아닐까 싶다. 어디다 갖다 두어도 굶어죽을 일은 없는 생존력, 그런 사람들을 잡초라고도 부른다.


우체국 직원인 그는 최고의 보직인 밀라노점으로 가려고 잔꾀를 쓰려다 오히려 아무도 가려고 하지 않는 남부의 작은 마을로 좌천되고 만다. 처음 접하는 낯선 마을, 그는 괜시리 마음이 무겁다. 마피아가 활개를 치고 콜레라가 창궐하고 덮고 습해서 북부 출신들은 적응하기 어렵다는 말에 주눅이 잔뜩 들었다. 거기에 아이 교육 때문에 기러기 아빠가 된 그, 간신히 도착한 그곳에서 그를 기다리는 것은 지독한 사투리와 낯선 생활방식뿐이다.


제2의 고향이라는 말이 있다. 누구라도 처음 도착한 그곳이 생경하고 머쓱해서 이런데서 살아갈 나날들에 걱정을 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며칠 지나 그곳 자연과 환경에 익숙해지고 또 그 고장 특유의 사람냄새에 맞춰가다 보면 어느새 새로운 안식처를 얻곤 한다. 물론 제1의 고향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또 하나의 근사한 근거지가 생기게 되면서 부자가 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북부 사람들은 모짤레라 치즈를 즐기지만 남부 사람들은 돼지 피와 고추를 좋아한다. 그곳 사람들은 바닷가를 끼고 살며 늘 낙천적이며 매사에 느긋하고 서둘지 않는다. 우편물을 배달하면 꼭 커피를 대접하며 살갑게 대해준다. 영화속 이 마을 사람들의 생활상을 보면서 마치 한국의 남도 어느 마을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슬로시티라고 부르는 청산도나 증도에서도 저러고 살지 않을까.


주인공 그는 작은 우체국의 지점장으로 나오지만 그가 그곳 사람들에게 마음을 여는 것은 시간 문제로 보였다. 보잘것 없어보여도 순박하고 신실해 보이는 사람들,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우정처럼 변해가는 직장 동료들, 그는 집에 두고온 아내와 아이를 깜박 잊을 정도로 새로운 곳에서 잘 적응을 해나간다.


영화 웰컴 투 사우스는 이탈리아 영화의 장점을 골고루 배치한 잘 만든 웰메이드 영화다. 코미디를 기반으로 드라마와 멜로적 요소도 적재적소에 배치했고 칸초네와 바닷가에서 벌어지는 파티 장면도 볼거리다. 특히 폭죽이 터지는 장면은 입체영화가 따로 없었다.


조급하게 일상을 살다 허무해 지면 이 영화를 보기 권하고 싶다. 올해 본 최고의 영화중 하나로 꼽고 싶은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야말로 힐링무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