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아이엠러브 - 재벌가 며느리의 자아를 찾아서

효준선생 2011. 1. 28. 03:14

 

 

 

영화 아이엠러브는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서사구조를 가지고 있다. 한국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바람난 엄마와 가족의 붕괴가 전면에 등장하는 영화다. 그런데 그 쉽지 않은 주제속에서도 결코 막장의 냄새가 나지 않는 것은 등장인물들이 그 심각한 현상에 너무도 태연하게 반응하고 행동한다는데 있다. 이들은 결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거나 너죽고 나살자식으로 울고 불고 난리를 치지 않는다.


영화 시작은 상당히 멋진 저택안에서의 파티를 보여준다. 다들 있어보이는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부지런히 손을 놀리며 식사를 하고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는 그야말로 상류층 사회를 보여준다. 그런데 유독 카메라는 한 명의 중년 여인의 뒤를 따라 다닌다. 이 집의 며느리이자 두 남매의 엄마인 엠마다. 여주인공은 그녀는 러시아에서 남편의 눈에 들어 이탈리아 재벌집으로 시집을 온, 어찌보면 천재일우의 복을 잡은 셈이다. 그런데도 결코 겉모습으로는 주눅들지 않을 정도로 우아한 모습을 보여준다. 늘씬한 몸매, 지성적인 마스크, 걸음걸이 하나 하나도 원래의 재벌가족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이야기의 시작은 느리면서도 우연한 기회에 찾아온다. 딸은 그림이 아닌 사진을 하겠다고 나서며 유학을 떠나고 아들은 할아버지에 의해 기업 후계자로 아버지와 동시에 간택된다. 그런데 아버지는 회사를 매각하겠다고 나서며 갈등구조가 형성된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재벌 레키 가문의 아이들일 뿐이었다. 자신의 이름마저 남편에 의해 지어진 엠마, 그녀의 소외감은 점점 커지고 아들의 친구인 안토니오와의 불륜은 이 영화의 결말이 결코 해피엔딩을 끝나지 않음을 암시한다.


한국 사회에서도 재벌가의 결혼은 자주 입방아에 오른다. 대개는 부정적으로 기사화되는데 부럽기도 하고 아니면 재벌들끼리의 혈연구조, 또 소위 마담뚜에 의한 미스코리아나 연예인들과의 결혼은 더더욱 관심을 갖게 한다. 하지만 성채와도 같아 보이는 재벌가 속의 내막은 그누구도 알지 못한다. 행복하지 않을 거야라고 추측을 하지만 돈만 가지고 해결이 안되는 것이 사랑이라면 이 영화, 한국적 현실에서 여러명이 떠오른다.


요리사 신분이자 아들뻘 되는 안토니오와의 사랑, 그게 진정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남편과의 사랑은 사랑이 아님을 여러차례 보여주고 있다. 자신과의 말다툼끝에 어처구니 없이 죽은 아들, 그 집안에서 유일하게 모국어인 러시아어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존재의 상실은 그녀를 더 이상, 유령의 집 같은 그곳에 머물게 할 필요도 없었다.


모든 것을 훌훌 털어 버리는 엠마, 아니 러시아 이름인 키티쉬가 된 그녀, 인생의 절반 이상을 이탈리아 재벌가의 며느리로 살아온 그녀에게 남은 삶의 행복은 무엇이 차지할까. 최근 보기 드문 수작인 이 영화, 이탈리아 영화 특유의 꼼꼼하고 진득한 이야기 전개가 이 영화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