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상하이 - 아수라장 같은 그시절 그곳에선

효준선생 2011. 1. 25. 01:26

 

 

1941년은 동아시아에선 폭발 직전의 화산과 같은 긴장감이 맴돌았다. 특히 각국의 조계가 다닥다닥 붙어 있으면서도 서로를 견제하던 중국 상하이에선 더더욱 그러했다. 영화 상하이는 바로 이 시점에서 각국이 서로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첨예한 대결을 하던 모습을 몇몇 대표적 인물을 등장시켜 묘사한 작품이다.


영화의 초입은 미국 정보부 출신이 상하이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시점에서 시작된다. 동료이자 친구인 폴은 상하이로 건너와 그의 죽음에 관련된 일본 여인의 뒤를 캔다. 중국측 레지스탕스로 활약하던 애나와 그의 남편인 앤소니를 만나며 그들의 도움과 미묘한 감정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그러나 폴은 여인의 정체를 캐면 캘수록 알 수 없는 미궁속으로 빠져든다. 


이 영화의 커다란 막후배경은 일본의 진주만 침공이다. 역사적 사실에 놀랄만한 상상력을 배가시켜 놓고 그 비밀의 열쇠를 상해에 있던 일개 대좌(일본군의 계급)에서 찾는 다는 것이 황당하기도 하지만 그 보다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점은 바로 폴과 애나의 야릇한 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 이야기의 화자는 분명 미국인인 폴에게 있지만 전체적인 이야기는 전개는 애나로부터 시작한다. 그녀의 책무는 다소 복잡하다. 언젠가는 일본 군국주의에서 중국을 해방시키는 것일 수도 있고 가시적으로는 전쟁을 막기 위한 것으로도 보인다. 그러기에 삼합회 보스와 정략결혼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모종의 책략을 세워놓기도 한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등장한 폴에게 연민을 느끼는 것으로 나오는 것은 다소 변칙적인 수법으로 보인다. 애나에게 과연 폴이 헬퍼 이상으로 필요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또 하나는 일본군 대좌로 나오는 와타나베 켄까지 주인공 대부분이 현재의 국적에서 자유롭지 못하기에 모든 배우들에게 캐릭터 이상의 면죄부를 준 것처럼 보였다. 앞부분은 폴의 추리와 애나의 애매한 행적을 보여주며 지지부지한데 뒷 부분에서 자못 박진감을 느끼게 한다. 극을 빠르게 진행시키고 싶은 욕구는 이해가 가지만 지나치게 서구인의 관점으로 당시 동아시아의 정세를 판단한 것으로도 보인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마지막 탈출장면에서의 대좌의 눈빛이다. 분명 죽일 수도 있었던 선택이었지만 그는 방면한다. 그 자체가 일본군이지만 그도 인간이었다는 것으로 묘사하는 것인데 과연 진주만 사건의 패전 당사국인 미국인의 눈에 그건 또 어떤 의미였을까


약소국의 비애는 곳곳에 나타난다. 똘마니 중국인들은 비명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죽어가며 일본이 상하이를 점령하자 엑소더스를 감행하는 외국인들 사이로 중국인에게 남겨지는 것은 총알세례뿐이었다. 중국인으로 보이는 군인이 애나에게 묻는다. “나라가 망해서 동포들은 파리목숨이 되었는데 당신은 조국을 버리고 도망가려느냐‘고, 어쩌면 시대가 그렇게 만들었는지 모른다. 조국은 망했어도 나는 살아야겠다와 잠시나마 연민을 느꼈던 남자와의 도피 행각이라면 오늘날의 중국인은 마음 편치 못할지도 모르겠다.


1941년 당시를 그려냈지만 여전히 국적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역사의 粉飾에 그친 영화 상하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