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세인트 클라우드 - 훈남 형제의 애절한 약속지키기

효준선생 2011. 1. 24. 13:41

 

 

서양영화속에서 동양적 가치관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감독이나 기획자들의 정서적 토대에서 영향을 받은 것 같기도 한데, 사후세계에 우리가 “구천을 떠돈다.”라는 말을 하는 상황이 영화 세인트 클라우드에서 보여졌다.


우선 영화 제목부터 궁금해졌다. 세인트 클라우드는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형제의 미들 네임과 성이다. 그런데 범상치 않다. 구름은 어쩌면 죽으면 하늘나라로 간다. 그런데 그러지 못한채 지상과 하늘 중간에 있는 구름에 잠시 머문다라는 의미로 지어진 것으로 보인다. 세인트는 성인이라는 의미이므로 제목만 보고서도 이 영화의 대략적인 주제를 파악할 수 있다.


형 찰리는 운동도 잘해 대학에 특례입학생으로 예정되어있다. 그에게는 샘이라는 어린 동생이 하나 있는데 어느날 동생은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다. 장례식이 있던 날 그는 묘지 뒤에서 동생의 환영을 보고 그날부터 묘지 관리인으로 살기를 자청한다. 5년이라는 세월동안 찰리는 매일 저녁 조포가 울리면 묘지 뒤 숲에 가서 동생의 환영과 캐치볼을 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물론 형은 나이가 들지만 동생은 늘 사망한 그때의 모습이다.


숲은 형제애를 확인해 주는 중요한 장소이자 타인에게 공개되어서는 절대 안되는 곳이다. 그런데 그 마을에 다니러 온 요트우먼 테스는 형제 사이로 들어온다. 사랑과 형제애 사이에서 갈등하게 되는 찰리에게는 선택을 강요하는 순간이 다가온다.


영화속에서 갈등 국면은 마치 회오리처럼 몰아왔다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그건 형제간의 밀회가 언제든 외부조건에 의해 파괴될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었기에 애틋했다. 언젠가 떠나야 할 사람, 그리고 언젠가 사랑을 해야할 사람 사이에서 이기는 사람은 어찌보면 정해져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들에게 조언을 해줄 만한 부모세대의 개입이 없다는 것도 영화를 담백하게 만드는 요소로 보인다. 영화는 순수한 마음으로 형인 찰리의 선택을 존중해주고 있으며 동생은 그 나름대로 형이 선택을 존중해준다.


잔잔한 흐름 때문에 자칫 졸릴 수도 있는 영화지만 망망대해에서 멋지게 요트를 타는 모습과 갓 성인이 된 남자 주인공의 깊은 눈빛에 빠져들기 좋은 영화다. 삶과 죽음에 대한 색다른 사고를 요구하는 영화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