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평양성 -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

효준선생 2011. 1. 22. 01:30

 

 

 

 

영화 평양성은 성곽하나를 사이에 두고 고구려, 당나라 그리고 신라가 대치하는 형국을 그리고 있다. 영토전쟁이니 만큼 박진감 넘치는 전쟁씬은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인데 여러차례 전투장면이 눈길을 끌고 있긴 하지만 이 영화가 진정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마지막 김유신의 대사였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진정 이기는 것이다.”


지난해 한반도안에서 가장 많이 귀에 박힌 말은 아마도 천안함과 연평도였을 것이다. 일촉즉발 전쟁의 발발 상황이 도래했다는 소식은 전전세대나 전후세대 모두 상당한 공포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혹시라도 누군가 이런 대치정국을 은밀히 즐기는 사람도 있었다면, 참으로 딱한 일이다. 강공만이 살길이라면 자기가 총들고 나가 싸워야 마땅할텐데 변죽만 잔뜩 올려놓고 힘없는 백성들만 힘들게 하는게 그들이 할 일은 결단코 아닌 것이다.


영화 초반엔 각각의 인물이 속한 진영과 역사속 배역에 익숙해지지 않아서 매우 혼란스러워졌다. 학교다닐때 배웠던 얄팍한 국사 실력으로 대략 매치는 해보는데, 다들 한국 영화계에서 한 가닥하는 주조연 배우들인지라 성급하게 선악의 인물구도를 그리는 것은 황망한 일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차라리 짝짓기는 포기하고 대사만 따라 가자 싶었는데 이때 구세주로 등장한 것이 바로 망한 나라 백제 출신의 거시기(이문식 분)였다.


이 영화에는 여러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웃음코드는 거시기가 쥐고 있고 많은 대사들에서 감독의 진정성을 읽을 수 있었다. 사실 거시기의 처지는 요즘 서민들의 처지와 다를 게 없어 보였다. 하고 많은 장정중에 그는 백제와 신라를 위해 두 번이나 병역의 의무를 져야 하는 것이고, 운 나쁘게도 귀순용사가 되느냐 말이다. 하기사 인생은 새옹지마라고 그랬기에 평생의 반려자를 만난 운도 따른 것이지만 말이다. 그는 줄기차게 강조한다. 도대체 누굴 위해 싸우는 거냐고, 고구려 포로로 잡혀 커다란 마이크에 대고 선동홍보를 하는 처지에서 나온 말이지만 전쟁에서 지면 목숨이 날아가는 것이고 이겨봐야 통치자들만 득을 보는 것 아니냐고 일갈했다.


전쟁은 결코 있어서는 안된다. 말로 해보고 조금씩 양보도 해가면서 절충하면 그게 이득인 셈이다. 동족끼리 치고 받고 싸우는 사이 당나라 같은 외세들만 이득을 챙기게 되는 것이다. 그 짓이 14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반복되고 있으니, 위정자들은 이 영화를 꼭 좀 보았으면 좋겠다.


황산벌에서도 그랬지만 사투리 코미디는 이준익 감독의 전매특허가 될 모양이다. 이번에는 4개 지역언어가 동시에 출격하는 바람에 머리가 띵할 정도며 심지어는 자막까지 동원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당나라 인사들이 굳이 어설픈 현대 중국어를 써야 했는지는 잘 이해안된다. 그 당시에 그런 말을 할리 없다는 것은 고구려, 신라, 백제 출신들이 지금처럼 진한 사투리를 썼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 전제하에 코믹요소를 배가하려는 것이니 만큼 차라리 당나라 군사들도 그냥 우스꽝스럽지만 “울리 쌀람~쏼라쏼라~” 이런식으로 했으면 어땠을까


전쟁은 서로 큰 피해없이 마무리된 것처럼 보인다. 화면에서 잘 안보이지만 죽어나간 이름없는 병사들의 시체 위에서 평화를 위한 외침은 공허하기만 하다. 이 영화, 웃기지만 슬픔도 적지 않은 반전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