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윈터스 본 - 미국병을 꼬집는 서슬퍼런 눈총

효준선생 2011. 1. 20. 16:46

 

 

 

 

영화 윈터스 본은 올해 본 최고의 영화로 손꼽을 뻔했다. 최소한 영화 중반까지는. 좋은 영화라는 게 별거 아닌 듯 싶다.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서 스크린을 응시할 수 있으면 최고다. 그런 측면에서 이 영화는 시작부터 결과를 알 수 없는 아주 미스테리한 분위기가 좌중을 압도해 나가기 시작했다.

분위기는 혼잡스럽거나 큰 사건을 중심으로 파괴적이지 않았다. 청소년기의 한 소녀의 움직임만 부지런히 쫒아다니고 있었다. 그런데도 사방 어딘가에서 튀어 나올 것 같은 驚氣스러움에 마음을 졸이면서 지켜보았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음이 더욱 긴장하게 만들었으니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자 가장 큰 허무함이었다.


구슬픈 자장가로 시작하는 이 영화의 주인공은 마약 제조업자의 딸로 나오는 리 돌리다. 1살의 그녀에게는 보석신청중인 아버지와 정신이상의 엄마, 그리고 어린 두 남매 동생이 있다. 아버지가 행방불명이 된 뒤 소녀는 졸지에 소녀가장이 되어 자신을 향해 폭압적으로 밀어붙이는 세상에 저항해보려고 한다. 그러나 힘의 한계에 부딪힌 그녀는 새로운 사실을 알고는 허망해 한다.


영화속 인물들은 한결같이 모호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하다. 마치 마약에라도 취한 듯 비틀거리거나 눈빛이 흔들린다. 무엇보다 먼 친척 혹은 이웃 사촌인 리를 대한 이상한 태도가 거슬린다. 아버지를 찾아 나선 그녀에 대한 겁박은 관객을 매우 불편하게 만들기까지 한다.


그런 과정은 별다른 효과음이나 배경음악도 없이 끈질기게 이어진다. 배경이 되는 청회색은 더더욱 음산해 보인다. 영화가 마무리되고 나서 모종의 혼란스럼움을 느꼈다. 이 영화가 단순히 아버지를 찾는 소녀의 이야기였을까 그런데 소녀에게 가해지는 압박은 무엇이길래 저리 폭압적인 것일까 혹시 스크린에 들어나지 않은 다른 메타포라도 있는 것일까


리가 두 동생과 함께 사냥해서 잡아온 설치류 동물의 껍질과 내장을 발라내는 장면이 나온다. 어린 동생들은 질겁하면서 하기 싫다고 하는데 리를 이런 말을 한다. “세상에는 하기 싫지만 해야 하는 일들이 많아” 바로 이 말이 이 영화의 핵심이 아닐까 싶다.


리의 아버지는 내부고발자였다. 당연히 조직구성원들에게는 사라져야 할 대상이었다. 그러기에 그런 아버지를 찾아다니는 소녀가 마뜩치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그 아버지의 생존여부는 영화와 큰 관련이 없다. 마지막 장면에서도 그 이유가 설명되고 있다. 아버지를 그토록 찾아다니던 소녀에게 아버지란 더 이상 의미가 없어보였다. 울지도 않는다.


이 영화를 미국병을 조명한 영화라고 불러보고 싶다. 조직을 위해 결코 배신은 있을 수 없다. 범죄조직이 아니고 정상적 조직안에서라도, 그러기에 설사 부정을 목도했더라도 잠자코 있지 않으면 결국 가족에까지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보이지 않는 폭력이 자행되는 오늘의 미국. 간간히 군대 이야기를 삽입한 것도 일련의 관계하에 있다. 돈을 구하기 위해 모병에 지원한 소녀, 비록 미성년자라 거부되었지만 가난 때문에 군대에 지원하고 상당기간 원치 않는 지역에서 파병될 수 있다는 전제들.


미국 농촌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속내는 화려하게 보이는 메트로시티에서 떵떵거리며 사는 부유층과 그 누구도 접근할 수 없는 정보를 독점하며 시대를 獨橫하는 권력자들에 대한 차가운 눈총이 영화의 주제라고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