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 허당탐정과 깨알같은 잔재미

효준선생 2011. 1. 18. 01:00

 

 

 

 

 

조선왕조의 여러 왕중에서도 가장 진보적인 인사로는 정조를 꼽을 수 있다. 다 아는 바처럼 그의 아버지는 비명횡사했으며 어린 시절 영조의 슬하에서 눈칫밥을 먹었다. 그럼에도 그는 한시도 현명한 군주로서의 입지를 굳히는데 게을리 하지 않았다. 어찌보면 환경이 그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를 둘러싼 조정의 분위기는 그의 의지와 다르게 녹록치 않았다. 지금으로 치면 보수성향의 노론은 한시라도 자신들의 공고한 권력에 해가 가지나 않을까 반대편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했으며 당시 조선반도에서 꿈틀거리고 있던 서학과 천주학에 대해 노골적으로 탄압을 가했다.


영화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은 역사적 배경을 좀 알고 본다면 보다 흥미롭게 즐길 수 있는 영화다. 물론 국사를 배우지 않아도 상급학교에 진학하는데 큰 애로가 없는 요즘에서야 골치아픈 이야기들이지만 영화보는데 재미를 배가시킬 수 있다고 하면 국사책을 좀 들여다 보지 않을까 그렇다고 이 영화가 정극은 결코 아니다. 배우를 중심으로 흘러가는 대사체가 아주 현대적이고 유행어가 잔뜩 들어간게 갓 쓰고 하이힐 신은 격인지라 나름대로 웃음이 있다.


탐정을 주인공으로 한다고 하는데 우리가 아는 사설탐정의 그 探偵이 아니다. 바른 것(正)을 찾아낸다(探)는 의미다. 영화속 인물이 유명한 다산 정약용임을 의심할 필요는 없다. 허나 단 한번도 김명민이 맡은 인물이 정약용이라는 설명은 없다. 하기사 그가 누구라고 꼬집어 놓으면 후손들이 들고 일어나 우리 조상님을 왜 그리 천박하고 방정맞게 그렸나라고 항의할 것이 틀림없기 때문으로 보였다. 그 후손과 친구사이도 아닌 관객에게 탐정 캐릭터는 정말 우습다. 하찮다는 말이 아니라 익살맞다는 말이다. 역시 김명민이라는 말은 괜한 말이 아니다.


흐름은 강약조절을 반복하고 있으며 어느 부분에서는 모종의 스릴러 분위기마저 보여준다. 허나 수수께끼를 풀어가야 하는데 캐릭터들에게 빠져 있다 보니 자꾸 처음 문제의 발단이었던 공납의 분실을 찾아라라는 명제에서 길을 놓치고 만다. 문제의 발단은 이렇다. 국가의 수입으로 잡혀야 하는 공납이 중간에 줄줄 새고 있다. 그러니 왕은 심복을 시켜 사건을 해결케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선에서 뛰고 있는 탐정과 조수격인 서필은 천방지축, 사방팔방에서 뛰어다니며 손자병법을 언급해가며 모호한 정체의 상대방과 승부를 벌이고 있다. 여기에 묘령, 아니 원숙미마저 풍기는 한객주의 등장은 훅하고 정신 못차리게 만든다. 도대체 공납은 누가 가로채고 있었단 말인가.


이 영화는 줄거리외에도 맛깔스런 대사와 깨알같은 재미를 선사하는 다양한 소품을 들여다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어디서 본 듯 한 것을 포함해 단 한번도 한국영화에서 등장하지 않은 신선한 시퀀스가 다수 선보인다. 특히 셀캠으로 찍은 듯한 추격신과 사극에서의 컴퓨터 그래픽은 재미있는 볼거리다. 한객주로 나온 한지민의 포스에 잠시 숨이 멎을 듯 싶고 그녀의 1인 2역이 이 영화가 코믹한 분위기 속에서도 놓치고 싶지 않은 주제와 맥이 닿아 있다. 전체적으로 하나의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모습이라서 박진감은 넘치지만 바위산의 엔딩장면은 다소 성에 차지 않는다. 잘 조여오던 얼개가 스르륵 풀려버리는 느낌이었다.  


쏠쏠한 볼거리와 대사, 연기력, 그리고 편집과 화려한 미쟝센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고 소재에 비해 다소 버겁게 느껴지던 정치적, 종교적 뉘앙스들은 좀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정조시대에서 힌트를 얻었겠지만 전 시대를 오고가며 새로운 스타일의 탐정 히어로로 탄생시킨 다면 속편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싶었다.   

 

 

 

 

여전한 김명민의 연기, 하지만 그는 변신했다.

 

 

1인 2역의 한지민, 가공할 포스를 보여준다

 

 

가장 오달수다운 배역을 맡았다

 

 

 

 www.pressblo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