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피파리의 특별한 로맨스 - 그녀의 은밀한 인생은 다시 시작된다

효준선생 2011. 1. 19. 00:37

 

 

 

여자팔자 뒤웅박 팔자라는 말이 있다. 뒤웅박은 박 속을 파내고 그 안에 다양한 물건을 담아 놓는 용도로 쓰이는 것으로 그 안에 귀금속을 넣을 수도, 여물을 넣어 쓰일 수 있으니 다시 말해 부잣집으로 시집을 가는지, 가난한 집으로 시집을 가는지에 따라 여자의 인생이 바뀐다는 말로 통용되어 왔다. 그런데 이 말에는 여자는 결국 선택받는 입장이라는 지극히 수동적인 의미여서 여자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게 사실이다.


영화 피파 리의 특별한 로맨스는 그 제목에서 한 여인의 다사다난한 인생의 굴곡을 감지 할 수 있다. 다소 독특한 그녀의 이름은 원래 아르메니아계 영국인이라는 신분에서 출발한다. 성도 리가 아니다. 리는 나중에 결혼하여 얻은 남편의 성이다. 그러니 그녀의 성 자체가 뒤웅박이 될 수 있었던 셈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주 멀쩡한 중년 부인이 있다. 사는 것도 그 정도면 중산층에 아들과 딸도 제 앞가림은 하고 산다. 남편이 나이가 좀 많은 편이지만 부족할 것 없는 그녀의 이야기는 그녀의 출생때부터 시작된다. 태어날 때 이미 금발 머리를 하고 있었다는 전설을 가진 그녀, 성장하면서 엄마와의 티격태격, 그리고 뭔가에 휘둘리며 살았던 일탈적 청소년기, 결국 궤도를 벗어난 고속열차처럼 그녀는 타락의 끝자락에 서있었다. 그때 만난 아버지뻘 되는 남자와의 결혼, 이런 일련의 이야기는 그녀의 어린 시절과 중년의 그녀를 교차 편집하면서 보여준다.


워낙 유명한 배우들이 다수 출현하면서 앞부부은 좀 혼란스럽기까지 했다. 키아누 리브스가 조연으로 나올 정도니 캐스팅 만큼은 블록버스터급이다. 이 모든 게 가능했던 것은 아마 제작에 참여한 브래드 피트의 수고가 아니었을까 싶다.


중년 부인은 늦으막하게 찾은 인생의 즐거움, 다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고 자신으로 하여금 상처를 받았던 한 여인에 대한 심리적 고통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런데 그 과정이 코미디처럼 보인다. 오랜 세월 말하지 못한채 응어리 진 마음으로 살았던 그게 바로 누군가에 의해 자신의 남편을 빼앗겼다는 사실. 오히려는 그녀는 그 사실에 홀가분한 느낌을 받게 되고 그러기에 비로소 자신만의 삶을 누릴 수 있게 된다.


누구나 자신만의 동굴을 파게 된다는 말이 있다. 남자만 그런 줄 알았는데 여자도 그런 모양이다. 피파의 딸 역시도 그런 엄마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을 보니 유전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대략 여자들의 공통사항인 것 같기도 하다.


마음속으로 품고 있던 속마음이 누군가에게는 시원하게 누군가에는 불편하게 다가올 이중적인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아무튼 특별하긴 특별해 보인다. 그녀의 본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