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피나 바우쉬의 댄싱 드림즈 - 몸짓으로 세상을 배워가다

효준선생 2011. 1. 16. 02:06

 

 

 

피나 바우쉬의 댄싱 드림즈를 보면서 최근에 재능기부와 관련된 몇가지 일들이 떠올랐다. 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돈을 기부하는 것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으로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교육을 시켜주자는 취지의 움직임이다.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은 것이 교육은 그 형태가 아메바처럼 유동적일 수록 효과적이다는 말이 있다. 다시 말해 정해진 공간과 시간의 틀안에서 정규적으로 이뤄지는 교육이 아닌 스스로가 배우고자 하는 열의를 가진 피교육생들에게 언제 어디서나 배움과 가르침이 이뤄진다면 기대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돈이다. 공간이 부족하고 우수한 교사를 확보하는 게 문제였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면 그런건 사실 문제라고 하기에 핑계처럼 보였다. 노년에 가까워 보이는 인스트럭터 두 명, 그녀들은 청소년들을 한데 모아 놓고 이른바 탄츠테아터(Tanzetheater)라는 장르를 선보인다. 단순히 댄스로 일커든 춤사위 뿐이 아니라 몸의 움직임을 통해 자신이 하고픈 이야기를 해낼 수 있는 것, 혼자도 좋고 둘도 좋고 群體로도 가능하다. 


아이들의 움직임을 가르쳐 주는 선생들은 절대로 못한다고 화를 내거나 꾸짖지 않는다. 지켜봐주고 기다려 준다. 개개인의 신체적 특징에 따라 좀 틀려도 나무라지 않는다. 개성에 맞는 적성에 맞는 부분으로 나눠 지도한다. 문외한이 보기엔 낯선 움직임에 틀림없다. 처음에는 아이들만큼이나 낯설어 보인다. 그런데도 참 이상한 게 아이들은 결코 이 임팩트가 크지 않은 움직임을 따라하는데 진력을 내지 않는다. 고통스러워 하지도 않는다. 한마디의 불평도 내지 않는 것은 확실히 자의에 의해 배우려는 아이들의 의지의 반영이다.


영화중간 중간 아이들은 자신들이 처한 현실, 다소 부정적인 이야기를 해가고 있지만 그럿 때문에 좌절하거나 사회를 원망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부모님의 사망, 이민자 출신으로서의 입장을 담담하게 털어놓는다.


안무가 피나 바우쉬는 재작년 타계했다. 영화 속에서 그녀의 모습은 여전히 정정해 보였다. 아이들 앞에서 보여준 시범장면에서는 노익장을 과시한다. 독일 안무계에서 최고의 실력자로 꼽혔던 그녀의 이름이 더욱 아름다운 것은 바로 이런 재능기부가 아니었을까 싶다.


우리의 잘나가는 예술인들, 한 시간 공연에 수백만원을 받아가는 그들에게 돈 이상의 재능을 나눠줄 것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일까 자못 궁금해졌다.


포스터에서 느껴지는 역동성이 영화 내용이상으로 인상적인 영화, 인트로와 엔딩에서 보여지는 군무에서 활력을 얻을 수 있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