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러브&드럭스 - 내 반쪽이 아프다네요, 어쩌죠?

효준선생 2011. 1. 8. 04:17

 

 

 

 

 

준수한 외모에 여심을 사로잡는 성적 매력, 거기에 화려한 말솜씨는 영업사원으로선 최적의 무기다. 그러나 과유불급인지라 가전제품 판매점에서 해고당한 남자는 그 어렵다는 제약회사 영업을 시작한다. 물론 그 바닥에서도 초보자의 딱지를 떼기도 전에 의사를 구워삶는데 성공하고 모든게 자신의 뜻대로 흘러갈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런데 병원에서 환자로 만난 여자, 알고보니 파킨슨씨 병이란다.


만약 가족 구성원 중에 덜컥 난치병 환자가 생기면 그 집안은 이래저래 곤란해진다. 환자 본인의 고통은 말할 것도 없고 간호하는 가족들은 체력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지칠 수 밖에 없는 경우에 봉착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긴 병앞에 효자없다는 말까지 나오지 않았나.


남자는 여자가 마음에 들었다. 시크한 듯, 차가운 듯 물론 예쁘기까지 하다. 둘은 잠시도 떨어져 있지 못하고 매일 만리장성을 쌓는데 몰두한다. 하지만 남자도 여자도 그게 일회성 만남일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 상황은 남자와 여자가 믿는 구석은 좀 다르게 비춰졌다. 남자는 늘 그래왔듯 여자를 “후리는데” 도가 튼 인물인지라 잠시 사귀다 헤어지면 그뿐이라고 생각했던 것이고 여자는 과거에도 그랬지만 자신의 지병에 남자들이 알아서 떨어져 나갈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온도차는 있지만 영원할 수는 없다는 공통된 인식하에 서로는 결국 갈림길에 서고 만다.


영화 러브 앤 드럭스는 성인들에게만 허용되는 비주얼이 적지 않게 등장한다. 보여지는 것과 말로 표현하는 것을 모두 포함하면 음담패설에 가까운 수준이다. 남자의 동생이 주로 그런 역을 도맡아 해내고 있다. 그런데도 추잡하지 않았던 것은 물론 주연 남녀 배우들의 호연에도 기인하지만 뒤로 갈수록 이들 남녀의 관계가 분명 어떤 선택을 할 것이라는 궁금증을 안고 갈 수 밖에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약품명과 화이자라고 하는 실존 제약사의 마케팅이 배우를 통해 여과없이 보여지고 의사에 대한 브로커 행위가 실제처럼 드러나면서 만들어지는 상황도 재미있다. 하지만 그건 불치병에 가까운 난치병을 앓고 있는 여주인공에 대한 상황을 더욱 극적으로 만들기 위한 장치였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도 있다. 그러나 한때는 의사를 꿈꾸었던 남자에게 어떤 결말적 동기부여를 해주기 위한 선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바람둥이처럼 그려지는 남자앞에선 아픈 여자, 그런 여자에게서 느껴지는 본심은 무엇이었을까 영화 중반에 여자는 남자에게 최초로 자신의 본심을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그때까지 신실해보이던 남자의 눈동자가 굉장히 불안하게 흔들리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왜 아니겠는가 결혼도 하지 않은 그냥 여자친구를 위해 어쩌면 평생을 환자 수발을 하다 끝낼 수도 있는 상황이니 만큼.


영화의 결론은 다들 추정가능한 쪽으로 매듭지어졌다. 그럼에도 이들 커플이 헤쳐 나갈 앞길은 여전히 가시덤불이다.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찾아보세요"라고 만든 영화겠지만 보여주지 않았던 영화의 뒷장면때문에 슬퍼졌다. 아프면 여러 사람 힘들게 하는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