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아메리칸 - 어느 매력남의 쓸쓸한 토사구팽

효준선생 2011. 1. 1. 02:35

 

 

 

 

 

 

한때 어느 권력기관의 모토는 음지에서 일하며 양지를 지향한다. 였다. 무슨 뜻인지 이해는 되지만 그들이 일하는 곳이 과연 음습한 기운마저 느껴지는 그런 실질적인 음지는 아닐것이다. 단지 자신들이 하는 일이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도록 해야하는 숙명을 안고 근무한다는 의미일 텐데, 그럼 개개인의 삶 역시 비슷할까


영화 아메리칸을 보면 주인공의 정확한 소속은 알기 어렵다. 모처의 비밀스런 곳에서 지령을 받아가며 암살을 하고 그 댓가로 삶을 연명하며 살아간다. 주인공 잭의 삶이 연명이라는 단어를 쓸 만큼 하찮은가 하며 그렇다고도, 아니 그렇다고도 볼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친구이상으로 지내던 여자를 현장을 목격했다는 이유로 뒤통수에 총알을 박아 넣어야 하고 머나먼 이국땅에 쓸쓸하게 지내면서도 단 하루도 두다리 쭉 뻗고 잠들지 못하는 신세도 처량해 보인다. 가장 안되어 보이는 것은 족히 쉰은 넘어보이는 나이에 결혼도 못한채 거리의 여자에나 마음을 주고 사는 모습이 과연 그런 삶이 행복해보이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반면에 어디서 배웠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는 왕년에 특수부대나 정보기관에서 상당한 기술을 연마했던 것이 분명하다. 암살용 무기를 제 손으로 가공 조립해서 뚝딱 만들고 그걸로 밥벌이를 하는 것을 보면 더 좋은 일에 쓰일 수도 있는 우수한 인재라는 생각도 미친다.


영화는 암살범과 그를 뒤쫒는 알 수 없는 정체를 다룬 영화라서 박진감있게 흘러갈 줄 알았는데 이탈리아 고즈넉한 마을이 다치기라도 할까봐 조심스레 로케이션 하는 모습과 더불어 매우 느리게 전개된다. 한 편으로는 대부분 단독 풀샷으로 잡히는 조지 클루니의 원맨쇼같은 영화이기도 하다. 그를 조종하는 보스 한 사람, 무기의뢰인, 그리고 사랑의 감정을 가진 것 같은 밤의 여인. 딱 4명이 전체 러닝타임을 잡아 먹는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을씨년스럽다. 나이가 들면 저렇게 늙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멋진 조지 클루니의 벗은 몸처럼 군데군데 인생의 상처도 느껴지고 행복하게 산다는 게 뭔지, 저 남자처럼 살아야 할 이유는 뭔지 애매하면서도 안되어 보이기까지 하니 이 영화는 한 남자의 쓸쓸한, 추가로 씁쓸한 인생 마지막에 쓰는 유서의 한 페이지같은 영화다.


크게 한방 터트리지 않으면서도 유유히 흐르는 숨겨진 강물같은 정경이 아름다운 영화, 그를 죽이려고 하는 이유를 도무지 알 수 없어 궁금증만 잔뜩 안기고 끝내버린 영화. 2010년 마지막날 본 영화 아메리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