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서평]책 읽고 주절주절

서평 노르딕 라운지 - 음악과 함께 떠나는 은빛 세상

효준선생 2011. 1. 5. 00:43

 

 

 

 

오로라와 백야의 나라로 인식되는 北國은 참으로 먼 느낌을 준다. 중국 해남도의 天涯海角도 그런 느낌을 주는데 하늘 끝 낭떠러지에 있는 바닷가라는 한자 의미를 풀어보면 그곳이 얼마나 먼 느낌인지 알 수 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수평선이 끝이 없고 그 바닷가에 내 키의 세배 정도 되는 돌 덩어리 하나가 덩그러니 서있었다.


만약 북국에 가면 어떤 느낌이 들까 하늘에서 땅 까지 온통 흰눈으로 덮여 세상의 이물질은 하나도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일까. 겨울에 다가오고 눈이 내릴때가 되면 세상이 하염없이 조용해져서 좋다. 사위가 푸욱 가라앉은 느낌, 거리에 인적도 드물고, 모든 사물이 천천히 기어가듯 움직이는 곳, 그런 곳이 비단 서울 한복판뿐은 아닐 것이다.


뮤지션 박성일이 쓴 책 노르딕 라운지는 두개의 단어가 하나로 구성된 제목이다. 북쪽으로 향하다라는 의미의 노르딕과 그가 추구하는 음악장르인 라운지를 섞어놓았다. 그런 이질적인 조합은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그 이유는 이 책 중간 중간 심어놓은 QR때문이다. 스마트 폰이 있는 친구들은 이것으로 그가 만든 음악과 그가 여행중에 들었던 그 동네 음악을 들어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음악의 종류가 라운지음악이라고 하니 그걸 체험하지 못하기에 더욱 감질이 난다. 보사노바, 애시드 재즈, 시부야 계열의 음악등 이지 리스닝 계열의 음악을 뜻하는 라운지 음악은 나도 꽤나 즐겨하기에 책을 읽은 동안 보여지는 뮤지션과 음악을 인터넷으로 검색하면서 들으면서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이 책은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두 나라 핀란드와 스웨덴을 여행하면서 쓴 여행기다. 낯선 곳이기도 하지만 사회복지와 교육제도가 보편적인 곳이라 주목을 많이 받은 곳이라 좋은 이미지를 가진 두 나라다. 물론 세금을 왕창 내야하지만 그것 때문에 불만인 사람은 별로 없다니 어떻게 해서든 탈세하고 남의 것을 빼앗으려고만 하는 한국의 일부 부자들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은 곳이다.


핀란드와 스웨덴 순으로 쓰여져 있는데 난 핀란드 부분이 더 마음에 와 닿는다. 저자가 먼저 도착해서 여유가 없어서 였는지 아니면 여행의 긴장이 풀리지 않아서였는지 모르지만 아직 가보지 못한 타인의 여행을 부러워만 하는 활자염탐꾼입장에서는 그쪽이 더 신선해보였다. 핀란드에서의 여유는 그가 보고 먹고 느끼는 부분에서 더욱 진솔하게 다가왔다. 반면 스웨덴으로 넘어가면 그는 본격적으로 음악 얘기와 스팟 중심의 관광을 이야기 한다.


이 책은 빠르게 읽히지만 그러고 싶은 않은 책이다. 화보도 상당해서 눈이 피곤해지면 그림을 보면서 풀면 된다. 눈이 많이 보이는 다소 단조로운 사진들이지만 그 안에는 조급함이 없어서 좋다. 책 말미 50여 페이지에 걸쳐 그의 음악이야기가 부록처럼 달려 있다.


책을 덮었다. 평생 가볼 확률이 그러지 못할 가능성보다 훨씬 그 북국의 이야기지만 여행기는 대신 체험이 가능해서 보고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이 책도 예외가 아니다. 294페이지 해녀이야기가 두 페이지에 걸쳐 나온다. 현실로 돌아와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다. 누구에게나 통용될 듯 싶다.  눈 내리는 겨울 밤, 연말, 연시 불콰한 술자리를 대신해 읽을 수 있다면 좋은 선택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