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서평]책 읽고 주절주절

서평 윈터홀릭 그 두번째 이야기 - 다시 만난 겨울, 홋카이도

효준선생 2010. 12. 29. 00:04

 

 

 

21세기 들어 2005년과 2007년 각각 일년씩 중국 북경에 머물렀습니다.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전적으로 나 자신을 만들어 보고 싶어 있었기에 심적인 부담이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숙소에서만 머물 수도 없어 우연히 구한 북경 박물관 티켓과 지도를 들고 헤매고 다녔습니다.

그러다 보니 세계를 가다 같은 여행서적에 담긴 스팟은 모두 가볼 수 있었고 학창시절 역사책에서나 보았던 지명의 장소도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그게 점점 깊어지자 이제는 이름도 없고 골목부터 도심에서도 한참 떨어진 교외까지 가서 심호흡을 하고 오곤 했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한국인으로서는 제가 처음 그곳에 갔다고 하는 전언도 듣게 되고 고생끝에 찾아간 그곳에 아무것도 없어 허탕만 치고 온 적도 많았습니다.


돌아설때마다 내가 언제 이곳에 다시 오겠나. 이런 생각이 들때마다 왜그렇게 슬퍼지는 지 모르겠습니다. 특히 갔던 길을 되짚어 돌아올땐 대개가 노을이 뉘엿뉘엿지는 석양이 아름다울때입니다. 그때마다 서글픔이 가슴에 차올라 이렇게 돌아다니다 죽을 지도 모르겠다라는 비관마저 들었습니다. 떠남은 현실에 대한 말없는 저항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두다리 성할때나 가능할 겁니다.

 

윈터 홀릭 두 번째 이야기 다시 만난 겨울, 홋카이도를 읽으면서 글쓴이가 저와 정말 흡사한 성격을 지닌 소유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무지 여러번 했습니다. 그리고 단순히 자신의 행보를 자랑하기 위해 쓴게 아님을 페이지 278에서 오롯이 느꼈습니다. 그 페이지를 읽으면서 가슴속에 뭉클거림이 올라와 애를 쓰며 참아야 했습니다. 똑같은 느낌을 받았던 때가 있었기에 그렇습니다.


여행을 할 때면 이 장면을 뚝떼어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들고가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맛있는 것이라도 먹게 되면 조금 사가지고 가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먹여주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잠시 숙소로 돌아가 보면 그럴 사람이 없다는 각성에 화들짝 놀라곤 합니다. 외로움입니다. 글쓴이의 심정은 전적으로 외로움을 동반합니다. 낯선 길위에서 만난 풍광도, 낯선 사람들도 모두 외로움의 선상에 놓여져 있는 듯 싶습니다.


그리고 시종일관 은빛이 찰랑거려 눈이 시립니다. 북해도가 주는 이미지는 물론이거니와 글쓴이의 눈빛은, 카메라의 렌즈는 이미 실버톤으로 가득차 있을 거라고 느낌이 옵니다. 사진이 절반이 넘고 그 사이 사이를 글로 채운 책임에도 글이 뿜어내는 感傷이 녹록치 않습니다. 작자의 전작 백야보다 매혹적인 스칸디나비아의 겨울에선 생경한 풍광에 대한 지금의 그리움이 많이 담겼다면 이번 책은 쓸씀함이 주된 노스탤지어로 보입니다.


만약 작가가 다시 글을 쓴다면 알래스카를 배경으로 하지 않을까 추측이 됩니다.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윈터 홀릭, 겨울에 미친 사람이 당신 말고 여기 또 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