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서평]책 읽고 주절주절

서평 자정의 결혼식 - 몸에 대한 문학적 자극

효준선생 2010. 12. 27. 00:10

 

 

 

 

작가 한지수의 단편 소설집 자정의 결혼식은 7편으로 일관된 주제의 공통점을 하나 찾아내라면 단연코 몸의 探源적 追究다. 특히 세 번째 소설 배꼽의 기원부터 마지막 편인 페르마타까지 혹시 같은 시기에 쓰여진 연작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혹시 당신은 알몸인 채 당신의 몸을 관찰한 적이 있었는가 스스로가 의사가 되고 사진작가가 되어 자신의 몸 구석구석을 살펴본 적이 있나. 그럼 몸에 붙어 있는 사지와 감각기관을 현미경을 들여다 보듯 꼼꼼히 살펴본 적이 있나. 등 뒤에 말라붙은 파리똥 같은 점이 있다는 사실도 잠자리를 가진 이성에 의해 비로소 알게 된 적은 없었나.


작가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몸의 내부에 까지 돋보기의 외연을 확장한다. 그녀는 왜 그렇게 몸에 천착하는 것일까 그녀가 말하는 몸은 보여지는 것과 사고하는 것의 경계에 놓인 이른바 경계선이다. 그렇다고 몸 안의 몸은 무엇을 말하는가. 그녀의 작품들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주로 그 몸 안의 몸들이다. 자궁이 말을 하고 치아에 박아넣은 아말감이 대화를 시도한다. 등장인물들은 수시로 죽고 탄생한다. 그럼에도 울고 불고 하는 것은 부수적이다. 그렇다고 쿨한 현대인의 삭막한 감정을 드러내는데 작용하지도 않는다.


그녀의 7편의 작품 중 첫 번째 미란다 원칙과 이불 개는 남자, 그리고 열대야에서 온 무지개 마음에 든다.

미란다 원칙은 각색만 좋으면 단편영화나 혹은 연극무대에 올려도 좋을 만큼 빼어난 반전을 가지고 있다. 시작은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남자의 이야기다. 그 앞에 나타난 “어깨”, 자신을 자꾸 형님으로 부르는 “동생” 이야기가 겹쳐 나온다. 그리고 다운증후군에 걸린 아이들, 사건은 아주 교묘한 곳에서 터진다. 아무것도 아는 바 없다. 하지만 남자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는다.


이불 개는 남자는 작은 여관에서 낮에는 여자가, 밤에는 남자가 방 하나를 공유한다는 상당히 매력적인 스토리다. 주인공인 여자의 입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는데 사랑의 상실증에 걸린 그녀의 해괴한 행위가 주가 된다.


마지막으로 열대야에서 온 무지개는 동남아에서 온 다문화가정을 소개한다. 그녀의 눈으로 본 한국, 그리고 한국인은 어떤 모습일까, 자신은 아무리 노력해도 한우가 될 수 없음에 국내산이 아닌 한우를 낳기를 원한다.


사실 이 세편의 이야기는 몸과 그렇게 큰 관련은 없다. 나머지 네 편에서는 상당히 어려운 서사방식으로 몸을 이야기 하고, 남성독자에게는 너무 깊이 들어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그런데 몸의 상실이 반듯이 작가가 생각하는 피폐, 결손을 의미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였다. 성의 이미지를 차용해 적나라하게 묘사한 부분도 듬성듬성 선보인다. 어쩌면 그녀가 말하는 이른바 파괴적인 성이란 알고 깨고 나오는 성장의 의미로도 읽힌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1인칭, 3인칭이 아닌 당신이라는 2인칭을 서사의 방식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독자들은 내 이야기인가 싶겠지만 그건 몸을 가지고 있는 소설속 주인공에서 말걸기 위해 집어넣은 방식이다. 그녀의 소설 속에는 여성의 자궁이 유독 많이 등장한다. 자궁은 여자에게 말을 건다. 마치 스스로가 인지를 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본론의 이야기로 들어가기 전 주변에 대한 묘사가 길고도 심오한 듯 싶어 주의 깊게 읽으려고 애를 썼지만 이야기 전개를 이해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주류에 편입되지 못한 것은 좀 아쉽다. 반전적인 이야기 구조가 히트였던 첫 번째 이야기 이후, 각각의 단편은 온도차가 심한 것도 사실이다. 우선 조금 읽다 마음에 드는 편부터 읽은 것도 방법이다. 그녀가 말하는 몸과 관련된 애착은 입에 착착 감기는 달콤한 젤리는 아니다. 서양음식을 먹다 다시 중국요리를 접하는 그런 食法이라고나 할까


재미있는 표현이 있어 남겨본다.


사랑을 잃었다고 판단한 여자는 이런 말을 한다. “너라는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게 행복해, 들척지근한 속삭임을 그의 귓바퀴에 흘려 넣곤 했는데 그가 내안에 바이러스로 남았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심장에 종이에 베인 것처럼 선득하다. 누린 사랑이 클수록 혹독한 댓가를 치르겠지. 그러니 사랑이 얼마나 공평하고 민주적인가” (이불 개는 남자 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