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라스트 갓파더 - 심형래 키즈의 잠재유머 재발견

효준선생 2010. 12. 31. 02:24

 

 

 

개그 콘서트 세대들에게는 코미디언 심형래가 낯설지도 모르겠지만 그 이전 유머1번지나 쇼비디오자키 시절을 기억하는 30대 이상 텔레비전 세대들에게 그의 이름 석자는 초딩시절 우상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군사정권 시절 코미디는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그때는 웃을 일이 별로 없었는지, 아니면 시사 풍자를 하기 힘들었는지, 기억에 남는 코미디언이나 작품이 거의 없다. 그러던중 80년대 후반에 오면서 서서히 코미디가 안방극장의 주축이 된 사건이 있었다. 바로 심형래의 등장이었다. 그의 활약은 상당히 급작스럽게 시작되었다. 초딩 아이들은 그 전날 방송에 나온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놓고 왈가왈부했고 언론은  학벌 좋은 똑똑한 코미디언이 바보연기를 하는 것으로 그를 부각시켰다.


그가 나오는 코너는 당연히 그가 만들었을 것이라는 착각을 줄 정도로 카리스마도 있었고 스토리는 당연히 그를 중심으로 돌아갔다. 그렇다고 그가 대장역할만 한 것도 아니었다. 간혹은 중간 보스를 하기도 하고 심지어 말딴 포졸을 하기도 했다. 또 동물 의상을 입고 동료들과 뒤뚱거리는 연기를 하는 모습에서 웃지 않을 사람은 얼마나 되었을까. 그러던 중 영구 시리즈는 오늘날 그가 과감하게 영화감독의 길을 걷게 해준 토대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대단한 캐릭터였다. 오죽하면 영화사 이름이 영구아트겠는가.


한국영화계의 평론가와 일부 관객들의 냉소를 마치 즐기듯 줄기차게 영화를 찍어낸 그가 선택한 작품들은 특이하게도 공상과학 장르였다. 고급 기술이 필요했고 이미 헐리웃영화를 통해 눈이 높아진 관객들의 입맛에 썩 맞는 것도 아닌지라 비록 원하는 스코어는 얻었는지 몰라도 그의 심적부담은 상당했을 것이다. 그런데 한동안 잊고 있었던, 감독과 그의 팬들도, 바로 영구 캐릭터의 영상화였다. 하지만 영구는 한국에 있지 않았다. 이탈리아 마피아의 승계자로 탄생한 것이라니 일단 어디서부터 웃어야 할지 감이 잘 오지 않았다.


영화 라스트 갓파더는 영화 대부에서 모티프를 따온 것이지만 줄거리 전개는 로미오와 줄리엣에 가깝다. 1950년대를 배경으로 두 마피아 가문, 앙숙이자 원수지간이지만 영구눈에는 상대방 가문의 여인이 눈에 들어왔다. 그 와중에 벌어지는 각양각색의 슬랩스틱 코미디는 코미디언 심형래가 20여년전 안방극장에서 보여주었던 그것과 완전히 일치했다. 다른 점이라면 그의 코미디를 받아주는 상대역들이 죄다 서양배우라는 것뿐. 이 영화를 보면서 유난히 많이 웃었던 이유가 그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알고 보았기 때문이다. 잠재기억속에 남아있었던 3초후 장면들이 전혀 그래보이지 않는 서양배우들이 시연하고 그 가운데 심형래가 한가운데 서있는 모습이 유쾌했다.


심형래가 망토에 권총차고 폼을 잡고 나왔다면 재미없었을지 모른다. 영화의 주인공은 맞지만 그렇다고 조연을 무시하지도 않는다. 조연들이 한국식 치고받고 싸우고 넘어지는 코미디에 잘 따라준 것 같아 므흣하기까지 했다.


세상에 영화는 다양할수록 좋다. 이 영화는 단말마적인 웃음뿐이라고 꼬집는 평을 보았다. 하지만 언제나 머리를 쥐어짜며 이해불가의 은유적 표현과 복선과 반전만 잔뜩 나오는 그런 영화만 볼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내 뒤에 앉은 초등학생 하나가 주위를 의식하지 않고 웃기는 장면에서 신나게 웃는다. 이따금씩 그 아이를 바라보며 나도 예전에 코미디언 심형래 아저씨를 보며 저렇게 웃었는데 하는 생각이 떠올라 그를 따라 웃었다. 아이의 마음처럼 웃기면 웃든지, 아니면 마음껏 웃을 수 있는 세상이 아니라 그런지 이 영화 역시 유치해라며 인상을 쓰고 보든지 그건 개인의 자유지만 재미있는 영화 한편이라는데 한 표 던져도 전혀 후회하지 않을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