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내 친구의 소원 - 다들어 줄테니 내곁에 있어다오

효준선생 2010. 12. 26. 00:56

 

 

 

 

 

 

 

 

 

영국에 사는 두 명의 이팔청춘이 있다. 시작은 어른 흉내로 한다. 술과 담배 그리고 이성과의 키스. 그런데 그곳은 바로 그 소년들의 부모와 함께 온 여행길이었다.

돌아가는 길에 한 명이 가슴의 통증을 호소하며 길에 쓰러진다. 영화의 시작은 마치 18금 영화의 그것과 흡사하다.


영화 내 친구의 소원은 두 소년의 질풍노도와 같은 시절을 한 명은 질병으로, 또 한 명은 자신에 대한 정체성의 확인으로 고민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병원에 입원해 있는 로비라는 소년의 감출 수 없는 성적호기심의 발로다. 불알친구인 지기를 불러 자신이 죽을 때 죽더라도 총각딱지는 떼고 죽어야겠다며 마땅한 상대를 찾아 달라고 한다.

그런데 이 말을 들은 지기는 정색을 하기는커녕 한 술 더 떠 그들이 알고 있는 여성을 물색하기에 이른다. 이 과정이 이 영화에서 가장 코믹한 부분으로 기억된다.


바로 청소년기, 지나가는 여성들을 보면서 점수를 매기는 그런 유치한 놀이와 다름이 아니라는 생각에서였다. 누구는 어떻고 또 누구는 어떻고, 하지만 지기는 말을 거는 여성들에게 거절당할 뿐 아니라 오히려 집단 린치를 당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꾸준히 죽어가는 친구 로비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신발 살 용돈을 다 털어 넣으면서도 친구를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이 유쾌하게 그려졌다.


그 이면에 숨어 있는 또 하나의 이야기는 지기의 이야기다. 이름과 말투로 보면 독일계 이민자 출신으로 보이며 아버지에 대해 끊임없이 궁금해 한다. 그러나 엄마는 속 시원하게 말을 하지 않고 아들에게 감추려고만 한다.


로비의 성적호기심은 급기야 거리의 여인까지 찾아다니는 신세가 되고 그의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은 종착역을 향해 달린다. 그리고 혼자 남은 지기 역시 자신이 그토록 찾아다니는 아버지를 찾기 위해 길을 떠난다.


이 영화는 성장영화의 범주에 넣을 수 있다. 비록 시한부 인생을 사는 환자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한번도 병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은 보여주지 않는다. 여타 또래 아이들이 할만한 고민과 친구들과 어울려 음담패설을 하는 모습이 연상될 뿐이다.


영화는 로비와 지기라는 두 소년에 의해 이끌어져 나간다. 그들의 부모가 조연으로 등장했지만 부모보다는 병원 간호사가 이 영화에서는 인생의 조력자로 더 큰 역할을 해낸다. 감독은 이영화의 내용이 자신이 어린 시절 겪었던 일들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감독뿐이겠는가 지구촌 수억명의 아이들은 대개 비슷한 경험을 하며 어른이 되고 그들이 어른이 되면 그들의 아이들은 굳이 가르치지 않아도 대개 비슷한 경험을 하며 성장한다.


두 소년의 소원이 미시적으로 하나가 되지 못한 점이 좀 아쉽지만 통통 튀는 기발한 발상들이 어린 시절을 회상할 수 있는 시간으로 만들어주었다. 그때 그 친구들은 모두 로비와 지그정도의 아이들의 아버지가 되었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