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황해 - 무엇을 위한 도끼질인가

효준선생 2010. 12. 23. 02:58

 

 

 

 

 

화제의 영화 황해를 “드디어” 보았습니다. “드디어”에 강조를 하고 싶은 이유는 그만큼 이 영화가 산고끝에 탄생을 했음을 아는 사람은 다 알기 때문입니다. 보고 있으면서도 저 장면 찍느라 무진장 고생했겠다는 생각이 마구 듭니다. 배우도 그렇겠지만 뒷처리를 담당하는 스탭들의 고생이 화면에 부감으로 떠다닐 정도였습니다.


어떤 영화에서는 악한 인물이 하나도 없이 천사들만 등장하는 반면 이 영화에서는 죄다 나쁜 놈만 등장합니다. 그냥 스쳐지나가는 배역들도 왜들 그렇게 나쁜 쪽으로만 촉을 세우고 다니는 지 모르겠습니다. 주인공 구남이 군데군데 보여주는 슬랩스틱에서 웃을 수 밖에 없었던 것도 그렇게 안하면 숨을 막힐 것 같은 리얼리티때문입니다.


조선족이 한국영화에서 매우 디테일하고 주요하게 오브제가 되고 또 능동적으로 나서는 영화는 이 영화가 처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배우 하정우와 김윤석은 조선족의 이미지를 차용해가면서 연기를 한 것이지만 사전에 조선족의 오늘을 매우 꼼꼼하게 프리 프로덕션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걸로 이 영화가 만족스럽다는 말은 아닙니다.


영화의 비주얼과 스토리는 병행하기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어느 한쪽에 무게 중심을 두어버리면 관객들은 한쪽으로 왕창 쏠려 도매금으로 판단하기 마련입니다. 영화 황해는 무겁고거칠고 잔인할 수 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으로 간 아내를 위해 브로커에서 돈을 빚지고, 청부살인을 개잡는 것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돈을 위해서라면 동업자를 죽이는 것조차 우습게 여기는 인물들로 삼각축을 이루니까요. 여기다 코믹한 역할을 넣었다가는 죽도 밥도 안될거라고 판단한 것은 옳은 일입니다. 그런데 그걸로 150여분을 끌고 간다는 게 쉽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감독은 과감하게 비주얼을 강화하는 쪽을 선택한 듯 싶습니다. 자동차와 인간과의 체이싱 장면은 어디서도 보지 못한 것이고 소뼈가 무기가 된 다는 것도 전에 없던 비주얼입니다. 이 외에도 숨을 거칠게 만드는 장면은 여럿 있습니다. 모두 많은 스탭의 공이 아니고서는 만들어 낼 수 없는 장면들입니다.


비주얼은 대단한 반면 스토리는 솔직히 아리송합니다. 물고 물리는 사생결단의 장면이 반복되면서도 무엇을 위해 저토록 목숨걸고 싸우는 것인지 이해가 언뜻 되지 않습니다. 

누군가가 날 죽이려 든다면 피하는 것이 본능일겁니다. 그런데 거기에 명분도 별로 없이 맞대응을 해가며 목숨을 걸까요? 명분이 돈이라면 이미 돈은 충분하지 않을까요? 가족같은 부하들을 모두 잃고 여전히 도끼를 들고 나대는 면가를 보면서 저런 무대뽀 정신이 그를 강하게 만들었구나 싶기도 하지만 저같으면 그냥 본거지로 떠날 듯 싶습니다. 왜냐하면 그의 도끼질은 복수도 아니고 자존심 차원도 아닙니다. 그냥 그렇게 살았기 때문인 듯 싶습니다.


이 영화의 발단은 구남의 처지입니다. 코너로 몰리다 못해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수준에 도달하면 인간은 무엇을 하지 못하겠습니까 택시나 몰던 양반이 결국 도끼로 사람을 죽이는 형편에 이르고 보면 안쓰럽다는 말보다 멍청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듯 합니다. 하기사 그랬으니 예쁜 아내를 혼자 한국에 돈벌러 보냈겠죠.


영화 타짜에서 정말 사악한 이미지의 배우를 보았습니다. 거대한 덩치에 인상과 눈빛만 보고 “저 사람 정말 악인아니야” 라고 첫눈에 판단했던 김윤석, 그가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면모는 출연시간에 비해 압도적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를 능가할 인물이 또하나 보였습니다. 바로 조폭 사장으로 나온 조성하입니다. 이번에 그를 처음 본 것은 아닌데 그의 형형하면서도 부리부리한 눈빛, 잘 다듬은 듯한 이목구비는 분명 조만간 다른 작품에서 한건 터트릴 재목입니다.


이 영화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여배우들의 역할입니다. 워낙 세 명의 남자 배우와 똘마니들의 액션이 거칠어서 눈에 잘뜨지 않지만 그녀들의 움직임이 조금만 더 세밀했다면 이 영화 이해하는데 조금 더 편했을지 모르겠습니다. 왜 그런지는 영화의 마지막을 보면 수긍할 겁니다. 약간의 힌트를 내자면 그녀들(?)의 바람이 평지풍파를 불러온 셈입니다.


영화는 한참을 쉴새 없이 달려 막을 내렸습니다. 어둠 속 망망대해의 일엽편주 속에서...하지만 그 역주가 제대로 라스트 스퍼트를 하지 못하고 골인과 함께 지쳐 쓰러진 마라토너의 모습처럼 안쓰럽습니다. 도대체 이들은 왜 그토록 도끼질을 한 것일까요? 그 이유를 영화를 다보고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니 영화속에서는 다 말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만 모르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