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서평]책 읽고 주절주절

서평 암자로 가는 길2 - 누가 내게 그곳에 왜 가냐고 묻거늘

효준선생 2010. 11. 29. 00:48

 

 

 

산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힘들게 뭐하러 산에 가십니까 라고 물어보면 산이 거기 있으니 오릅니다라고 했다. 또 굳이 논어 구절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지자요수 인자요산(知者樂水 仁者樂山)라는 말도 많이 들어본 명구다. 그런데 일단 힘이 들어 산을 타는 것을 싫어하는 것을 보니 어진 이가 되긴 틀린 모양인데 그럼 산 중턱에 있는 암자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산을 오른 다는 것과 암자를 찾는 다는 것은 다르다. 정상을 밟아야 직성이 풀리는 것과 암자를 찾아 그곳의 주인을 뵙는 다는 것은 심성에 다다르는 파동부터 다르다. 정복욕구와 참회요구라고 할까 그렇다고 해서 암자의 주인이 가지고 있는 종교관에 부합시키라는 말은 아니다. 또 주인이 나의 방문에 맞춰 기거하며 객을 맞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오롯이 서있는 작은 암자를 찾아 나를 찾아보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사람들은 번뇌계에 살면서도 늘 속세를 벗어날 생각을 하며 살고 있다. 그렇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시간이 나면 이럴때 쉬어야 한다는 핑계로 벗어날 시도를 하지도 않는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달력에 보이는 멋진 풍광을 보고서 누군가는 저곳에 가서 사진을 찍어 왔을 텐데 나도 가보고 싶다하지만 12장의 달력이 차례로 다 넘어가는 지금도 단 한곳도 가보지 못했다.


암자로 가는 길 그 두 번째 책은 소위 紀行전문가 정찬주님의 땀이 밴 이른바 “力書”다. 모두 서른 두곳의 암자를 돌아다니면서 그가 제목으로 달아놓은 화두만 꿰뚫어 볼 수 있다면 굳이 일요일 아침부터 종교시설을 찾아다니며 설교를 들을 필요도 없어 보인다.

그리고 이 책을 읽다보면 내가 독자인지 아니면 산행에 나서는 나그네인지 혼동이 될 지경에 이른다. 그만큼 눈으로 보는 책이 아니라 마음으로 읽은 책에 가깝다. 이 책은 결코 서둘러 읽어서도 안되고 서둘러 읽을 필요도 없다. 매 한곳의 암자를 소개함에 사진포함 10여페이지를 할애하므로 하나를 읽고 나서 좀 쉬었다가 다른 곳을 봐도 무방하다.


佛子가 아니라도 이 책을 읽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 암자의 주인을 만나 한 마디 얻어 들은 것은 법구이지만 凡人의 일상을 밝히는 잠언일 수도 있다. 남의 것을 빼앗아 제 안을 채우라고 하는 세상, 또 자기 것을 내놓아 타인의 빈 곳을 채우고는 사랑을 베풀었다며 희희낙락하는 것을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세상. 모두 옳지 않다. 그저 내가 가지고 있지 않든 가지고 있든 비울 수 있는 것을 비우고 삼라만상 물 흐르듯 따라가는 삶이 부족함이 없는 삶이다.


이 책은 맨 뒷 부분에 작가가 하고픈 말이 실려있다.


산사의 기호는 침묵의 덩어리 같은 적막이다. 그 적막은 자기 자신을 내면으로 향하게 하고 자연과 가까이하게 하는 접속부사이다. 사람이 입을 닫으면 자연이 입을 연다는 금언을 잊지 말 일이다. (p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