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쓰리데이즈 - 누구도 이들 부부를 막지 못한다.

효준선생 2010. 12. 22. 01:04

 

 

 

 

진흙탕에 빠져 몸이 자꾸 아래로 가라앉는 상태에서라면 주변에 그 무엇이든 손을 뻗어 잡으려고 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입니다. 그런데 아주 얄밉게도 손에 닿는 것은 지푸라기나 썩은 동앗줄 뿐입니다. 몸은 자꾸 가라앉고 도와줄 사람은 없고 미칠지경에 이르면 사람들은 체념단계에 도달합니다. 자신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죠.


미국 프로야구단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상징색은 검은색과 노랑색이 매치된 투톤입니다. 우리의 박찬호 선수가 올해 몸담았던 팀입니다. 그래서인지 영화 쓰리데이즈에 이 투톤 칼라가 절묘한 역할을 해내기도 합니다. 그럼 이 영화가 야구영화냐구요? 전혀 아닙니다. 범죄 액션 스릴러라고 볼 수 있겠네요. 영화 보기전 러닝타임을 훑어보니 132분이나 됩니다. 사회부조리극이나 심리 스릴러물, 대하사극이 아닌 이상 좀 이상해보였습니다. 쫒고 쫒기는 액션물이 뭐 그리 오래하나 의아했죠. 아니나 다를까 이 영화는 두 편의 영화가 하나로 합쳐진듯한 연출을 선보였습니다. 심하게 얘기하자면 두 명의 감독이 나서서 따로 만든뒤 중간쯤에서 물리적으로 합친 건가 싶었습니다.


진흙탕에 빠진 것 같은 남자의 상황은 이렇습니다. 단란한 시간을 보내던 중 들어닥친 경찰은 아내를 살인죄로 잡아가고 어린 아들과 덩그러니 남겨진 그는 그야말로 아마추어적인 발상으로 아내를 감옥으로부터 탈출시키려는 시도를 감행한다는 설정입니다.


일반적인 액션물이라면 별로 고민하지 않고 다 때려 부순뒤 아내를 구출하고 진한 키스를 한 번 해주고는 빠방하게 물러나야 하는데, 문제는 주인공이 너무나 고민을 한다는 점입니다. 탈옥 전문가를 찾아가 수법을 전수받기도 하고 감옥 주변을 맴돌며 엉성한 행동으로 자신마저 갇힐 위기에 처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는 지치지도 않는 모양입니다. 그런 그의 행동이 막바지로 향할 조짐을 보이는 것은 마약 소굴을 혈혈단신으로 쳐들어가 돈을 강탈하면서 부터입니다. 비로소 헐리웃 영화의 냄새를 풍기는 것이죠. 이때부터는 신나게 전개됩니다. 차량을 바꿔가면서 보여주는 도망장면, 열차 도망장면, 병원 엘리베이터 도망장면, 탈의 도망장면, 공항 도망장면등, 겨울이라 그럴리 없지만 손에 땀을 쥐고 볼 만한 장면들이 연이어 쏟아져 나옵니다. 그중에서도 고속도로에서의 10초 정도 되는 장면은 상당히 공을 들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 장면이 끝나면 배우와 관객에게 그만큼의 휴식시간을 주는데 이들 부부의 손가락이 서로 닿는 것을 클로즈업 해 보여줍니다. 그건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자살을 기도하는 아내를 위해 자신도 목숨을 버릴 수 있음을 보여주고, 또 아들을 구하자는데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일 수도 있고 또 아내는 결백하다는 것을 관객에서 암시하는 것일 수도 있었던 매우 중요한 한 컷이었습니다. 


이 영화 위험 요소도 있었습니다. 아무리 주인공 부부라고 해도 탈옥의 성공이 말이 되냐는 것이죠. 면회를 온 남편이 말도 안되는 소리를 계속해대자 아내는 “자신이 진범이다”라는 야릇한 진술을 합니다. 그녀의 말 앞에서 남자는 별로 감정의 동요를 하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그럼 관객들은 혼란에 빠지는 것이죠. 만약 그녀가 진짜 살인범이라면 탈옥에 박수를 쳐줄 수 있냐는 것이죠. 잠시 불편했지만 테크닉이 많이 들어간 도망 장면에서는 그 사실을 잊고 잡히지 말기를 바라게 됩니다. 물론 그걸 모르는 감독은 아닐겁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반대편에 서있던 경찰의 눈을 통해 아주 친절하게 여자의 진면목을 차근차근 설명을 해줍니다. 나레이션만 없다뿐이지 이건 거의 “그것이 알고 싶다”의 사회자와 같더군요.


주인공 부부와 어린 아들은 어떻게 되었냐구요? 설마 잡히기야 했을까요.  설사 원하는 곳으로 도망을 쳤다고 해도 그는 분명 “범죄자”입니다. 이번엔 아내가 아닌 남편말입니다. 아내를 구하려고 별 짓을 다하는 남편의 용기는 물론 가상하지만 그런 무대포 정신에 마냥 격한 감동을 하긴 어렵더군요. 러셀 크로우의 원맨쇼 같은 영화임에 틀림없는데 매력적이고 공감가는 배역들도 몇몇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