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브라보 재즈라이프 - 베테랑의 열정을 느끼다

효준선생 2010. 12. 20. 02:29

 

 

 

볼만한 영화가 될지 자신이 없었습니다. 비가 금새라도 내릴 것 같은 주말 저녁, 혹시 나 혼자서 텅빈 객석에 앉아 보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었던 영화는 블록버스터 영화도 아닌 다큐멘터리 영화였습니다.


그러나 괜한 걱정이었습니다. 입추의 여지없이 들어찬 관객들, 놀랍더군요. 이 사람들은 왜 이 늦은 시간에 이곳에 와서 이 영화를 보는 걸까 조금이라도 편하게 앉을 요량으로 가장자리 좌석에 앉아서 영화가 시작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되지 않아 그 이유는 밝혀졌습니다. 스크린속에 나오는 배우(?)들이 제 주변에 앉아 있더군요.

 

그리고 조금씩 영화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전해져 왔습니다. 그 느낌은 도서관에 들어가 무슨 책을 찾을까? 푸두코트에 들어가 무엇을 먹을까 할때 전해지는 그런 느낌과 비슷했습니다. 그리고 그 반응은 재즈라는 음악이 현실화되어 귀에 전달되면서 확실히 강렬해졌습니다. 오금이 저려옵니다. 얼른 가서 저 음악의 전곡을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아드레날린과 함께 용솟음쳤습니다. 영화 브라보 재즈라이프를 보면서 들었던 느낌들입니다.


재지하게 살다라는 말이 멋져보입니다. 쉽지 않을 겁니다. 그 반대편에는 현실의 조급함이 있을 듯 싶습니다. 다람쥐 쳇바퀴처럼 사는 요즘 재지하게 살기 원한다면 둘 중에 하나는 포기해야 할겁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시간을 내서 재즈를 찾아듣기도 합니다. 재즈는 왜 그런 효과를 줄까요. 재즈는 한의 음악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재즈의 원류가 무엇인지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듣고 있으면 몸속 깊숙이 세포하나하나가 들고 일어서며 잠재하고 있는 기분이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느낌을 줍니다.


재즈를 들으며 화를 내거나 폭력적으로 변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만큼 재즈느 사람을 노곤하게 풀어지게 만듭니다. 그래서 좋습니다. 한국에서 재즈는 어쩌면 외국의 힘을 필요로 하면서 부수적으로 들어온 부록같은 문화였습니다. 영화속에서도 이런 말들이 자주 언급되었습니다. 미군부대 주변을 돌며 엘피판을 구하러 다녔다. 미군부대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며 재즈를 알고 배우게 되었다. 그렇다고 그걸 폄훼할 생각은 별로 없습니다. 지금은 더 이상 미군을 위해, 미군앞에서 재즈를 연주할 필요도 이유도 없으니까요.


세월이 많이 흘러 재즈는 또 하나의 음악장르일 뿐입니다. 재즈이기에 다른 장르보다 더 우러르거나 낮춰 볼 이유는 없습니다. 단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백지 상태에서 마치 학문을 하듯 한국적 재즈를 만들고 연주하고 공부해온 한국 재즈 1세대들에게 헌정하는 영화로 받아들여졌으면 좋겠습니다. 스크린속에는 어린 시절 이름만 들었던 “카수”와 “세션”들이 다수 나옵니다. 박성연과 야누스, 신관웅의 재즈쿼텟, 봉고와 퍼커션의 일인자 유복성, 한국 유일의 남성 재즈 보컬 김준등등. 하지만 그들은 언제 다시 함께 무대에 오를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오늘을 연주하기에 그들은 행복해 보입니다. 그리고 거장들 뒤에 든든하게 받쳐주는 후배 재즈뮤지션의 모습이 든든해 보입니다. 문화는 누리는 자의 몫입니다. 그 누구도 자신의 잣대로 재단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걸 향유할 수 있는 자들의 몫이기도 합니다. 재즈인들은 연주하는 자, 그걸 찾아 들어주는 자의 몫입니다. 영화가 끝나고 나오면서 영화속에서 들었던 넘버 몇 개를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메모했습니다. 그리고 집에 와서 브라보 재즈 라이프 씨디를 들어보았습니다.


자신이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갖고 즐거워하는 베테랑의 모습이 오랫동안 지속되었으면 합니다.  엔딩에 나온 것처럼 이판근 선생의 재즈연구소도 어딘가에 다시 세워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