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환희의 노래 - 모든 것은 하모니로 귀결된다.

효준선생 2010. 12. 17. 01:22

 

 

 

 

혹자가 그런 말을 한 게 자꾸 뇌리에 남아있습니다. 큰 전쟁을 겪어보지 못한 일본에서는 영화의 카메라가 한국 영화처럼 스펙타클함보다 일상의 소소한 면을 집중적으로 다룰 수 밖에 없다고. 그런 이유로 일본영화를 보면 뭐 저런 것 까지 카메라에 담나 싶은 장면도 많이 나옵니다. 한국에서라면 휙 훝고 지나는 것도 매우 꼼꼼하게 그리는 특징이 있죠.


오늘 본 영화 환희의 노래도 이런 종류의 영화입니다. 스케일도 작고 등장인물도 엑스트라를 제외하면 몇 되지 않지만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들로 꾸며져 있습니다. 그들은 노래를 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팀이 두개고 각각의 팀은 하나의 무대공간을 놓고 대립하고 있습니다. 서로 쓰겠다는 거죠. 그 중간에 낀 문화회관 주임은 죽을 맛입니다. 서로 절대 양보 못하다며 버티고 있고 그 와중에 각 팀이 반드시 무대에 올라야 하는 당위성을 에피소드를 통해 보여줍니다. 사연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 이 주임이라는 양반도 괴롭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아내에게 결별을 통보받은 것이죠. 이중의 곤란함 때문에 힘들어 하면서도 각 팀의 콘서트 날짜는 하루 하루 다가옵니다.


이 영화는 물로 코미디입니다. 일상을 그린 드라마의 성격이 강하지만 각각의 캐릭터들이 웃음코드를 적지 않게 품고 있습니다. 음악영화라면 지휘자나 악기 연주자가 주요 배역이 되어야 하지만 이 영화는 그게 우선이 아닙니다. 서로 다른 처지의 두 개의 합창단이 어떻게 융합하고 화해하는지 그 과정을 보여주는 게 목적입니다. 한참 들여다 보니 마치 남한과 북한의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하고 맨날 으르렁거리는 정치권이야기 같기도 합니다.


타협은 분명 있습니다. 그들이 선택한 합창곡의 제목은 환희의 찬가입니다. 그들이 합창하는 모습을 보면 분명 뭉클하는 게 있습니다. 왜 아니겠습니까 얼마전 남자의 자격에서 불려진 넬라판타지라는 노래를 듣고 화를 내는 사람 없듯이 이들의 합창도 마찬가지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한 팀은 경륜이 오래된 합창단으로 3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였고 다른 한 팀은 팀 창단후 최초의 공연이라고 하니, 그들이 한데 어우러져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세대를 뛰어넘는 일종의 사회적 메시지로 봐도 무방하겠습니다.


노래를 갈등하는 사람을 하나로 묶어주는 매개임이 분명합니다. 한민족에게 아리랑이 그렇듯이 말입니다. 주인공 문화회관 주임을 맡은 고바야시 카오루의 오버스럽지 않은 코믹연기가 눈에 들어옵니다. 합창단으로 나온 배우들의 면면을 훑어보며 일본인의 얼굴형을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엔딩 타이틀에 새겨진 출연진의 이름에 유난히 아들 "子"가 많은 것도 그 나이대의 일본인의 성명법이라 흥미롭습니다.   


이 영화는 재팬 파운데이션 영화제 개막작입니다. 다음주중까지 이대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무료로 모든 작품을 관람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