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투어리스트 - 베니스 구경 한번 잘했어요

효준선생 2010. 12. 14. 00:29

 

 

 

 

꽤 오래전에 어느 결혼 정보업체에서 내놓은 재미난 조사가 기억이 납니다. 적지않은 여성들이 자신의 배우자를 선택할 때 아버지에게서 느꼈던 어린 시절의 감각을 우선시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세상에 어떤 아버지가 어린 딸들에게 적의를 품겠습니까. 그러니 어린 시절 아버지 품에 있을때 느꼈던 촉각, 후각, 시각, 청각들은 나이를 먹으면서도 무의식속에 살아있다가 커서 자신의 짝을 찾을때 다시 그 감각들이 되살아나면서 가장 근접한 인물들에게 강렬한 호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입니다.


영화 투어리스트 첫 장면에서 여주인공은 남자친구에게 재미있는 지령을 하나 받습니다. 자신이 미행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자신과 비슷하게 생긴 사람을 대충 하나 골라 그를 미끼로 삼으라는 것이죠. 근데 그 여자는 이탈리아 베니스로 가는 기차안에서 희한하게도 남자 주인공을 고릅니다. 극이니 만큼 작위적인 셈인데 만약 그녀가 그 선택을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골랐다면 이 영화는 더 이상 진전될 수 없었습니다.


근데 중요한 것은 왜 그녀는 수많은 남자들 중에 그 남자를 골랐을까요? 정말 잘생겨서요? 조니 뎁, 물론 잘 생겼지만 최고의 미남들이 득시글거리는 이탈리아 행 기차 안에서 수염이 더부룩한 미국남자인데요? 분명 그에게서는 끌리는 무엇인가가 있어서였을 겁니다.


이 영화, 최근에 본 영화와 적지 않은 부분이 겹쳐보입니다. 나잇 앤 데이, 킬러스, 솔트 등등, 그런데 유려합니다. 액션이 있는 듯 없는 듯 한데 그래도 볼만합니다. 안젤리나 졸리의 카리스마가 절대적입니다. 조니 뎁도 만만치 않은 내공의 배우임에 틀림없지만 그녀의 포스 정말 장난이 아닙니다. 러브라인을 기대할 만도 하지만 두 번의 키스 정도로 만족해야 할 듯 싶습니다. 일설에는 브래드 피트가 촬영장에 격려, 아니 감시차 왔다는 소문도 있더군요.


두 배우를 빼면 스토리는 많이 허술합니다. 쫒고 쫒기는 와중에 조금씩 드러나는 진실, 그리고 그 배경으로 깔리는 베니스의 아름다운 풍광을 바라다보면 저기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조금 들지만 그게 다입니다. 부수고 망가뜨릴 수 없기에 마치 민속촌에서 조심스럽게 로케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게 되죠.


마지막엔 반전답지 않은 반전이 있긴 한데 기대할 만한게 못됩니다. 미리 알고 보면 시시한 수준일겁니다. 극중에는 이런 저런 정보기관의 모습이 나오는데, 결정적인 정보가 오류인 셈입니다. 불에 탄 메모지를 복원해내는 장면은 놀랍더군요. 아무튼 첩보영화 같긴한데 로맨스도 약하고 액션물이라고 하기엔 볼거리가 많지 않은 그렇고 그런 블록버스터 한 편이라고 보면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