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클라라 - 광기어린 천재작곡가 곁에서

효준선생 2010. 12. 15. 01:44

 

 

 

영화 클라라는 본격적인 음악영화를 표방하면서도 슈만과 클라라, 그리고 브람스로 이어지는 숭고하면서도 가슴 아픈 러브스토리를 근저에 두고 있다.

영화의 도입부, 멋진 클라라의 피아노 연주가 끝나고 한쪽에 덩그러니 앉아 있던 슈만에게서는 쓸쓸함이 엿보였다. 그가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만지작거리다 떨어뜨리는 장면이 부분이 바로 영화 전체를 아우르니 커다란 복선으로 보인다.


슈만과 클라라의 곡절많은 사랑이야기는 책이나 다른 영화에서도 많이 다루어진 소재지만 그 외피에 멋진 클래식 음악을 덧입히니 책에서는 느끼기 힘든 청각의 즐거움이 더해졌다. 어린 시절 무명의 작곡가 슈만보다 더 장래가 촉망되었던 클라라, 그녀는 봉건적 사상이 강하게 남아있던 당시 여성이기에 그 능력을 모두 인정받지 못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사랑하기에 본인이 선택했던 슈만과의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전반적으로는 클라라를 중심으로 두고 슈만과의 사랑이야기, 후반부 브람스와의 순수한 애정이 돋보이지만 그들의 이야기에서 보는 관객의 시선을 강하게 당기는 것은 아무래도 광기어린 슈만의 못다핀 재능이 아닐까 싶었다. 필생의 역작처럼 갈고 다듬던 라인교향곡을 완성하기 위해 환각제에 의해 부지하던 그, 고통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강으로 투신자살을 시도하고 결국 정신병원에서 삶을 마감하는 모습이, 천재적 예술가로서의 삶이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브람스의 등장이 이들 셋을 갈등구조로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었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슈만의 아이들에게 그는 좋은 삼촌이었고 혼자 남은 클라라에게는 막내동생의 그것처럼 보였다. 클래식 음악이 자주 등장하는 것이 좋았다. 슈만의 작품과 브람스의 그것이 클라라의 연주를 통해 수시로 선보였으며, 클래식 음악 초보자인 나에게도 낯설지 않은 경험이었다.


슈만의 곡이 다소 장중하면서도 낭만적인 냄새가 난다면 브람스의 곡은 친근하면서도 톡톡뛰는 맛이 일품이다. 동시대를 살며, 천재성을 발휘하던 세 명의 훌륭한 음악인들, 사별과 슬픔과 위로가 교차되며 그들의 삶을 아우리는 영화지만, 늘 그렇듯이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그들의 음악을 오늘날 편하게 들을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