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톨스토이의 마지막 인생 - 저작권과 남편의 이름 사이에서

효준선생 2010. 12. 12. 00:49

 

 

 

 

 

러시아의 대 문호 톨스토이에게 그런 비밀이 있었는지 몰랐다. 영화 톨스토이의 마지막 인생은 제목처럼 한 시대를 풍미한 대 작가의 인생말로가 그렇게 고민스럽고 갈등스러웠는지 새겨보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었다.


20세기 초반 러시아의 어느 한적한 마을, 살아 생전에도 거장의 반열에 있던 톨스토이, 그의 집안에는 늘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었으며 그는 부인과 딸, 그리고 새로 들어온 비서와 재미있게 살고 있었다.


이 영화는 바로 이 새로 들어온 비서의 눈을 통해 화법을 구사하는 방식이다. 스스로를 톨스토이안이라고 자부하는 그, 그런데 막상 곁에서 시중을 들다보니 좀 이상한 구석이 있다. 톨스토이는 그 당시, 일종의 이데올로기처럼 숭앙받고 있었으며 주변에서는 그의 저작권을 모든 국민과 독자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톨스토이 본인도 사유재산에 대해 인정하지 않았던 까닭에 그렇게 하리라 마음을 먹고 있었지만 문제는 자신의 부인 소피아였다. 그녀는 톨스토이 사후 그의 저작권을 빼앗길 것을 두려워해 특정인사(?)를 극도로 경계하고 있었으며 이 문제로 인해 톨스토이 부부 사이에는 알게 모르게 틈이 생겼고 딸까지 개입하면서 안나는 심지어 정신병 환자 취급까지 받게 되었다.


이 영화는 살아있을때 인정받는 예술가에게 일(저작권)과 가족(유산)간의 상관관계를 되집어보는 특이한 소재를 가지고 있다. 흔히들, 그게 뭐가 큰 문제냐 싶겠지만 아내인 소피아의 입장에서 보면 그건 실상 남편의 죽음으로 인한 소실과 더불어 기댈만한 경제적 토대를 잃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거기에 평생을 남편하나만을 보고 살았던 그녀였기에 남편의 이런 행동은 억하심정이었으리라 


영화 중반에 비서의 사랑을 잠시 담고 있지만 그건 사족인 것 같았고 이 영화가 단 한가지 주제를 다룸으로 인해 처지는 것을 막아낸 공로는 오로지 소피아역을 해낸 헬렌 미렌에게 있다. 얼마전 영화 레드에서 백발이 성성한 채로 따발총을 쏘아대던 그녀가 맞나 싶었다.


그녀는 이 영화에서 카리스마가 가득한 톨스토이곁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주었고 자신의 뜻에 반하는 결론에 울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고 말았지만 상당한 공력을 자랑했다. 영화 후반부, 왜 톨스토이가 집을 떠나야했고 그곳에서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채 불귀의 객이 되도록 해야했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은 역사적 배경에 너무 약한 내 잘못이다.


아무리 사회환원에 더 큰 가치를 두었다고 해도 평생을 동고동락해온 남편과 아내를 격리하려는 몇몇,(그 안에는 자신의 딸도 포함되어 있다)의 행동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무튼 거장은 객사를 했고 그가 남긴 걸작은 우리곁에 남아 두고 두고 회자된다. 그의 저작권이 비록 아내에게 돌아갔다손 그게 무슨 소용인지, 사랑보다 더 큰 무엇인가가 있다고 주장한다면 그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데 反하는 것이다. 


러시아의 대문호를 주인공으로 하는데 영어대사가 나오고 영어권 배우들이 나오는 것도 신기한 일이며, 당시 러시아를 배경으로 이를 재연하는데 많은 힘을 쏟은 것처럼 보이는 영화로 기억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