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헬로우 고스트 - 미나리 김밥에 얽힌 가족애

효준선생 2010. 12. 11. 02:00

 

 

 

 

꽤 오래전에 영화 헬로우 고스트의 티저 스틸사진 한 장이 영화잡지에 소개되었다. 주인공 차태현 등위에 두 명의 남자, 한 명의 여자, 그리고 다리에는 한 명의 꼬마가 매달려 있는 사진이었다. 그 사진을 보고 좀 섬뜩했다. 예전에 어느 무당이 나와서 아무 이유없이 어깨가 늘 아프고 머리가 띵한 이유가 구천을 떠돌고 있는 귀신들이 그 사람위에 매달려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 사람은 아무리 용한 의사를 찾아가도 절대로 병명을 찾지 못한다는 것인데, 방법은 오로지 한을 풀어주라는 이야기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 역시도 몸이 무거워지면 귀신들이 어깨에 매달려 있는 것은 아닌지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나 반성도 하게 될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그런데 이 영화속에서는 바로 그런 크리처를 그대로 형상화해냈으니 섬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코미디 영화라는 타이틀이지만 귀신이 대거 등장하면서 스릴러 같은 분위기가 초반을 압도한다. 자살을 기도하는 청년앞에서 등장한 그 귀신들을 “잘보면 한 가족같아 보인다”. 만약 그렇게 보였다면 당신의 센스는 상당한 것이다. 혹은 “아니다. 각각 서로 다른 사연을 가진 귀신들이다” 라고 생각한다면 그냥 귀신들의 소원풀이나 들여다 보면 될 것 같다.


귀신들의 소원이 뭔지 들어보니 대체 이 영화가 무엇을 향해가는지 잘 모르겠다. 변태귀신은은 카메라를 찾아달라고 하고 골초귀신은 80년대 스타일의 택시를 타고 바닷가로 놀러가자고 하고 초딩귀신은 로봇 태권브이 영화와 모형을 사달라고 하고 마지막으로 울보귀신은 밥이나 한 번 해먹자고 한다. 구천을 떠도는 귀신치고는 소원들이 참으로 소박하다.


이 영화는 차태현의 영화지만 그는 거의 웃지 않는다. 오히려 슬퍼보인다. 삶에 대하여 패시브한 상태이므로 당연히 그래야 하겠지만 간혹 보여주는 유쾌한 빙의의 장면은 그이기에 가능한 패다. 재미있게 보았던 그의 전작 과속스캔들도 어찌 보면 가족의 범주를 건드린 영화였는데 그에게 이제 가족의 화두는 그가 영화 선택시 가장 중요한 덕목이 된 듯 싶다. 파출소에서의 그의 독백장면은 무척이나 진지했다. 바로 그 자신의 이야기처럼 느껴져서 더욱 그랬다.  


영화는 한없이 평면으로 병렬적으로 달려 100분을 지나간다. 결국 그렇고 그런 사랑이야기 치고는 귀신의 존재가 한없이 이해가 안되는 순간, 영화는 폭발적으로 사연을 풀어놓는다. 우연히 미나리 김밥을 먹다 알게된 지금까지의 사연들, 나레이션이 아니라 플래시백으로 소개되는 그 부분은 앞 선에서 의아하게 생각되던 모든 소원들을 한데 뭉쳐내는 주먹밥 같은 반전들이었다. 그 힘은 대단했다. 가족에 대해 무심할 수 밖에 없는 현대인들, 곁에 있어도 그 소중함에 빈약했던 반응들, 있는 가족들을 무시한 채 없는 가족들을 부러워 하는 요즘 사람들에게 이 영화는 결국 가족은 늘 우리 곁에 있기에 소중한 것이라고 열변을 토해냈다.


나이가 그 정도 되면 내가 그냥 보호자 하면 안되냐고 파출소에서 투덜거리던 차태현, 그런 그 앞에 새로운 가족이 등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누군가가 영원한 내편이 되어 주고 또 누군가가 내가 삶의 마지막을 선택하려고 할때 보호해 줄 방패막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슬퍼졌다.


각각의 소원풀이 장면을 조금만 짜임새 있게 다듬었다면 이 영화 상당히 울림이 크게 나왔을 거라는 아쉬움도 없지 않다. 모든 걸 다 만족시킬 수 없었다라고 하더라도 이 영화 본전치레는 할 듯 싶다. 귀신이라는 무거운 소재로 가족의 중요성, 그리고 누군가의 눈에는 꼭 보인다는 설정하에 영화는 전혀 코미디스럽지 않게 오히려 진중하게 묻고 있다. “지금 당신의 가족은 행복하신가요”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