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나니아 연대기 새벽출정호의 항해 - 어른이 되기 위한 통과의례

효준선생 2010. 12. 9. 02:26

 

 

 

 

 

아이들이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동안 여러 차례 꿈을 꾼다. 꿈은 경험의 정신적 투영이라고 하지만 낮에 본 책의 내용이 아닐 수도 있다. 동네 형아에게 들은 이야기일 수도 학교친구에게 들었던 귀가 솔깃한 내용일 수도 있다.


그렇게 꿈을 한바탕 꾸고 나면 어느새 키가 한 뼘은 쑥 자라있고 어른들은 그런 아이들이 대견스러워 머리통을 쓰다듬어 주기도 한다. 어렸을 적 몸이 튼실하지 않았는지 잠을 자다 놀라서 깬 경험이 적지 않았다. 어른들은 몸이 허약해서 그런다고 했으며 잠을 자다 헛소리를 하며 울면 등에 업고 밖으로 나가 바람을 쐬어주곤 했다. 아버지의 등에 매달려 반쯤 졸린 눈으로 시원한 바람을 쐬다 보면 어느새 다시 잠이 들었다. 그때 꾼 꿈이라는게 대략 이런 것들이다. 천장이 마름모나 사다리 모양을 하고 내게 달려드는 꿈, 뭔가 어떤 물체가 내게로 달려드는 그런 꿈을 꾸며 제발 이번에는 창피하게 소리는 지르지 말아야지 라고 자면서 각오를 하지만 어느새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정신을 차리던 때가 생각이 난다.


영화 나니아 연대기 새벽 출정호의 항해는 바로 그런, 아이들이 성장을 위해 불가피하게 필요한 시끌벅적하고 요란스런 모험의 꿈세계를 그린 영화다. 현실에서는 절대 조우가 불가능한 여러 크리처를 보면서 쥐와 흑소와 사자가 말을 하고 일엽편주(?) 같은 배하나로 못가는 곳이 없으며 마법같은 주문으로 세상 어려운 일을 헤쳐나가는 스토리를 보고 있자니 세상살이 만만치 않음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려고 만든 영화처럼 보였다.


바다위에 배가 떠 있는 그림에서 시작된 아이들의 판타지 대모험은 물론 재미스럽기도 하지만 그안에는 어른들의 횡폭한 전권인 욕심에 대해 경계의 제시도 해놓았다. 예를 들어 아직 소녀처럼 보이는 루시가 예뻐지기 위하여 마법의 책을 한 장 몰래 뜯어와 거울을 보며 흡족해하는 모습이나 동굴속 황금연못을 발견하고는 물욕에 어두워 그때까지의 우애를 헌신짝처럼 버리려는 모습, 그리고 욕심많고 심술맞은 가장 어린 소년이 황금계곡에서 제대로 당하는 모습들이 그것들이다.


물론 이들의 천방지축을 바로 잡아주는 것은 어른이다. 사자의 모습을 하고 있고 선지자처럼 군다. 그리고 그는 말한다. 아이들이 꿈에서 깬뒤 현실에서 나를 찾아봐라, 물론 사자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아이들 곁에서 늘 옳은 길로 인도하는 어른이 있다는 것. 그들에게는 행복이다.


아이들이 보여주는 액션장면은 다소 과한 면도 없지 않다. 그리고 그 장면들이 연계성을 갖지 못하고 순간이동을 하는 것처럼 보여 한참 보고 있어도 멋지긴 한데 도대체 이 아이들의 최종목적지는 무엇인지 깜박할 때가 있다. 현실로 돌아오는, 꿈을 깨는 게 목적지 이긴 한데, 꿈속에서 최강의 악인과 한바탕 결투 장면을 보면서도 그게 과연 마지막 문턱인지는 잘 모르겠다. 중간 중간 동양철학에서 말하는 삼강오륜이 심어져 있고 용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감독이나 제작자가 어느 정도는 옥시덴탈리즘의 영향을 받은 것 같기도 했다.


비주얼이 뛰어나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보긴 했는데, 흥분의 진폭이 크지 않아서 잘못하면 졸릴 수도 있어 보인다. 특히 어린 시절 성장을 위한 꿈을 꾸어보지 못한 어른들이라면... 아쉽게도 괴수와의 한판 싸움으로 깔끔하게 끝을 냈으면 더 좋았을 것을, 어른들의 훈계처럼 보이는 막바지 파도씬은 상당히 지루해 보였다.


꿈은 깼다. 현실로 돌아오는 데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1, 2편을 통해 현실과 몽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조금씩 커가던 아이들은 실제로도 많이 큰 모습들이었다. 4편은 과연 나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