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서서 자는 나무 - 그 가족의 마지막 이별여행

효준선생 2010. 12. 7. 02:12

 

 

 

 

 

가끔씩은 아무 생각없이 슬픈 영화를 보고 싶을때가 있다. 이유는 없다. 차가운 겨울바람 때문에 머릿속까지 얼어버렸어도, 차창밖으로 휙휙 지나가는 가로수가 앙상한 가지만 남긴채 멀뚱하게 서있는 모습을 보았어도, 꽤나 오래전 들었던 그 노래가 사연을 싣고 귓가에 울릴때에도, 다 그런 이유가 아니어도 슬픈 영화가 보고 싶을때가 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올해는 유난히 슬픈 영화를 본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작년에는 눈시울이 벌개질 정도로 감정적이었는데, 너무 기계적으로 영화를 보아서 그랬는지, 아니 분명히 슬픈 영화가 드물긴 했다. 오늘 본 영화 서서 자는 나무는 슬픈 영화를 표방하고 나섰다. 죽음이 있고, 헤어짐이 있고 남겨진 자의 눈가에 이슬이 맺힌다. 그런데 왈칵 쏟아지는 감흥이 덜하다. 왜 그랬을까


독립영화 수준의 제작환경이 우선 눈에 들어 온다. 적당한 장소를 물색해서 협찬을 받고 오롯이 그안에서 동선을 만들어냈다. 드라마 단막극 같은, 그럼에도 눈길을 끄는 것은 그동안 드라마에서 눈여겨 본 서지혜, 송창의 같은 배우들, 그리고 오랜만에 만나는 여현수 때문이었다.  이 영화에는 악한 인물이 하나도 등장하지 않는다. 주인공들을 괴롭히거나 못살게 구는 인물도 없다. 어쩜 천사들 같아 보여 현실적이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그 무엇보다 남자 주인공이자 한 가정의 가장의 죽음을 전제로 하다보니 그렇게까지 모질게 할 필요성은 못느낀 모양이다.


만약 자신의 죽음을 미리 알게 된다면 가족에게 알리는게 상식일까 아니면 걱정할 것이라 생각하고 혼자서만 끙끙 앓는게 수순일까 이 영화가 이 대목에서 잠시 고민을 한다. 전자를 탁하지 못함을 탓할 수 없는게, 여자 주인공이자 엄마의 상태가 좀 안쓰럽다. 겉으로 보기엔 멀쩡하고 예쁘기까지 한데, 생활력은 그야말로 꽝이다. 남편이 일하는 소방서까지 찾아오질 못하고 헤매기 일쑤다. 그러니 남편의, 아버지의 마음은 두배로 괴롭다.


등장인물이 많았으면 이야기가 더욱 곡절이 있었을텐데, 후배로 나오는 달랑 한 명 뿐인지라 이야기가 단편적이다. 죽음의 비밀을 혼자 간직하다 터트릴 시점에 터져 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 엄청난 이야기를 듣고 나서의 리액션이 좀 약한 것도 감흥을 깎아 먹는데 일조를 했다.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이 죽고 혼자 남겨진 사람이 덩그러니 않아 유리로 만든 풍경소리를 들으며 멍하니 하늘을 바라 보는 모습을 보니 쓸쓸해 보인다. 열심히 살아보겠다는 다짐을 하건만, 다리에 난 상처처럼 이 불쌍한 모녀의 앞날엔 더 이상 상처가 나지 않기만을 바래본다. 눈물이 펑펑날 정도로 슬픈 것은 아닌데 마음이 울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