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쩨쩨한 로맨스 - 백짓장을 맞들다가 눈 맞았네

효준선생 2010. 12. 4. 01:08

 

 

로맨틱 코미디는 클리셰하다. 남녀주인공이 티격태격하다가 결국 자신의 반쪽일거야 라며 포옹과 키스로 결말지어진다는 줄거리, 하도 많이 다뤄지면서 보여줄 “꺼리”의 진부함때문인지 요즘엔 등장인물의 직업을 터치하기 시작했다.


이들 영화의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직업만 정리해도 직업소개소 하나 차리는데 문제가 없을 정도인데, 갈수록 기발한 직업들이 속속 등장하는 형편이다. 드라마에서라면 등장하기 다소 곤란한 섹스 칼럼니스트가 여주인공이고 그의 이야기를 만화로 옮기는 만화가가 이 영화의 남자 주인공이다.


영화 쩨쩨한 로맨스를 보기 전에 제목을 한참 들여다 보았다. 표기법은 맞는 건지, 그리고 로맨스가 쩨쩨하다는 건 무엇을 말하려는 건지 궁금도 했고, 아마 한국에 소개된 영화사상 최초로 사용된 단어가 아닐까 싶다.


국어사전에는 “사람이 잘고 인색하다”, 혹은 “사물이 너무 적거나 하찮다”라고 소개되어 있다. 그럼 영화를 보고 나서의 소감은? 별로 그런 느낌은 들지 않았다. 만화가와 스토리작가와의 사랑이 이루지 못할 애절한 순애보도 아니고 우리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하디 평범한 그런 저런 청춘들의 사랑이야기였다. 주인공들이 쩨쩨한가 그렇지도 않다. 지극히 정상적으로 보였다.


로맨틱 코미디의 첫 번째 조건은 일단 만남이 순탄치 않다는 것이다. 하나씩 놓고 보면 멋지지만 그런 그들은 서로를 못 잡아 먹어서 안달이다. 아니 아예 이성으로 여기지도 않는다. 그런데 이들은 서로 공통된 목표를 두고 일 때문에 만난 사이다. 다툴 일이라고는 업무를 하면서의 의견충돌 정도.


둘째 조건은 관계를 반전시킬만한 극적인 사건이나 사고가 뒤따른다. 여자의 친구가 등장하며 질투를 야기하지만 강렬해보이는 않고, 반대로 여자의 동생이 오해를 사기도 하지만 이내 해결이 되었고, 중간 중간 오해하고 사과하고 받아들이는 장면이 등장하지만 그게 큰 임팩트 끝에 오는 것은 아니었다.


셋째, 마지막 라스트 신은 정말 감동적인 원샷 원킬로 간다. 이 부분에서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울컥하게끔 해야 공감을 얻을 수 있어 매우 신중하게 프로덕션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바로 이 감동적인 라스트 신이다. 키스는 하되 공감이 안된다는 말씀이다. 왜 그곳에서 둘이 만나게 되었는지, 수개월 작업끝에 완성된 작품의 시상식보다 그들의 애매한 키스가 더 중요하다는 것인지. 후자가 맞다면 일보다 사랑이 이 영화의 지향점이었다는 걸까.


당연히 사랑이야기기에 남녀간의 밀고 당기기는 나와야 한다. 근데 그 과정이 너무 반복적이고 눈에 익숙한 컨디션들이다. 대신 특이한 직업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의 상상력을 대신해 야한 장면들이 좌르륵 펼쳐지긴 하는데, 외설적이며 끈적거린다기 보다는 알 듯 모를 듯 한 웃음이 배실배실 흘러나온다.


이 영화는 19금 영화다. 직접적인 정사신이 있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선정적인 신보다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준 살인 장면때문이 아닐까 한다. 이 영화 속 직업, 신인 만화가나 스토리 작가나 요즘 말로 말해서 루저급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그리는 만화는 출판사에서 찬밥 신세고, 칼럼이라고 써보지만 잡지사에서 마저 외면 당하기 일쑤인 이들. 그러기에 이들이 보여주는 달달한 사랑이야기 보다 이들 앞에 닥친 현실적 문제를 힘을 합쳐 풀어가는 방식이었다면 더욱 큰 호응을 받지 않았을까 싶었다. 영화 말미를 보니 이들이 결혼이라도 해서 더 좋은 작품을 만들수는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그걸 좀더 미리 보여주었다면 이 시대 비슷한 처지의 청춘남녀들에게 흔한 사랑말고도 맘에 맞는 사람에 함께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얻게 되는 성취감을 대리만족 시켜주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