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사랑하고 싶은 시간 - 사랑해야할 사랑과 사랑하고 싶은 사랑

효준선생 2010. 12. 5. 01:21

 

 

 

 

 

영화 사랑하고 싶은 시간은 전형적인 불륜영화다.  그런데 막장 드라마라는 생각이 별로 안든다.  사랑해야 할 사랑과 사랑하고픈 사랑에 대해 이처럼 적나라하게 묘사할 수 있나 하는 놀라움이 더 크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인간은 왜 굳이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 반려자를 맞는가에 대해 어떤 이는 이런 해석을 내렸다. “나를 아는 사람앞에서 우리 이렇게 결혼을 하니 반려자가 나 아닌 다른 이성에게 한눈팔면 바로 나에게 신고좀 해주세요 라고 하는 일종의 요식행위다. ”

결혼이라는 제도는 일방에게는 나와만 잠자리를 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린 것이지만 만약 반려자보다 더 성적인 매력을 풍기는 이성이 눈앞에 짠하고 나타났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영화는 바로 이 시점부터 풀어나간다.


안나와 도미니코는 아주 우연히 회사에서 준비한 직원 송별회 파티에서 직원과 파티를 준비한 식당의 종업원으로 만났다. 남자의 흰소리에 끌린 안나는 나중에 회사에 들린 도미니코에게서 남편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수컷의 향취를 맡게 된다. 불륜은 시도때도 없이 다가 왔고 유부녀, 유부남인 둘의 행각은 점점 강도를 높여간다.


비록 이 영화의 진행과정에 대해 전적으로 반대하는 사람, 혹은 지금 부부금슬이 최상인 커플이 보기에는 거북한 점이 없지 않다. 그런데도 이 영화가 끌리는 것은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해도 마음속으로는 어쩌면 나 역시도 저 상황이 되면 100% 아니야라고 말할 수 없을지 몰라라는 심리를 교묘하게 자극한다. 이들 사랑의 과정을 보면 여느 청춘남녀의 사랑과 별로 달라보이지도 않는다. 자학이나 퇴폐적인 성애장면으로 버무려지지도 않는다. 서로가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랑을 갈구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이들 각자에게는 몇 가지 현실이 존재한다. 남자는 경제적인 문제, 양육의 문제등이 골치가 아프다. 여자에게는 임신과 일만 잘하는 남편과의 무덤덤한 결혼 생활이 문제다.


겉으로 보기에는 남들도 다 그렇게 참고 사는데 너희들은 뭔데 그리 유난을 떠나 싶겠지만 이들은 행동으로 옮겨버리고 말았다. 그렇다고 극단을 선택하지도 않았다. 매주 수요일 잠자리를 함께 하고 간혹 문자와 전화통화를 하는 것이 이들의 사랑방식인데, 문제는 각각의 배우자의 시각을 너무 배제해 버렸다는 데 있다. 남자의 부인이 사실을 인지하고 방방뛰면서도 다시 남편을 받아들이는 부분이나, 여자의 남편이 알면서도 모른척 넘어가는 부분에서는 답답하다 못해 그럴 수 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는데 보는 관객이 인지를 못했거나 했다.


불륜은 당사자들에게는 달콤한 로맨스일것이다. 마음속으로는 부담스럽고 후과가 두렵긴 하지만 그때만큼은 행복하다고 느낄 것이다. 하지만 남겨진 두 사람에게는 너무 가혹하다. 여행지에서 사준 귀걸이를 기차 안에 두고 내리는 것으로 최악의 파국은 마음에서부터 용서를 비는 형국으로 마무리 지었지만 이 네 명의 사랑 처음부터 잘못된 것은 아닐까.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아니 결혼을 해버렸기에 어쩔 수 없이 함께 살고 있는 부부들에게 각자의 위치를 곰곰이 되새기게 해주는 이탈리아 영화였다. 영화제가 좋아할 만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