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워리워스 웨이 - 김치맛 웨스턴 무비

효준선생 2010. 12. 2. 01:35

 

 

 

 

서부영화가 많은 인기를 끌고 있던 당시, 뚱딴지 같은 이름의 마카로니 웨스턴 무비가 등장했다. 서부 영화속에서 마카로니를 먹는 것은 아니고 이탈리아 배우와 자본으로 만들어진 서부극 분위기를 내는 영화를 말한다. 무명의 감독이 이진급 배우를 써서 처음 만든 속칭 아류라고 봐도 무방했는데 그 장르가 본토 서부극을 능가할 만한 인기를 얻은 시리즈물이 바로 무엇무엇의 무법자가 대표적이었고 또 돌아온 장고 시리즈도 바로 메이드 인 이탈리아의 서부극이었다.


“땅다라당다” 하는 경쾌한 배경음악과 선악이 분명하게 대비되는 갈등 구도, 잘 생긴 남자 주연 배우 하나 믿고 끝까지 밀어 붙이는 힘, 이런 것들이 당시 어린 사내아이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장고시리즈는 꽤 최근까지 연휴에 안방극장에서 볼 수 있었는데, 일을 다 마치면 어디론가 홀연히 떠나는 그 클리세한 모습은 수많은 영화의 마지막으로 치환되어 표현된바 있다.


영화 워리워스 웨이를 보면서 이 영화는 딱 돌아온 장고 시리즈의 21세기 버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지만 남자 주인공 이름은 왜 또 장씨인지. 총 대신 칼을 든 것만 빼고는 그 당시 마카로니 웨스턴 무비의 그것과 별로 달라 보이지 않는다.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과 유려해진 편집기술이야 시대의 흐름과 과학의 도움을 받아 만들어 낸 것에 불과하고. 물론 동양적 사고가 적지 않게 추가된 점도 놓쳐서는 안된다.


복수의 칼날은 대를 거치면서 뫼비우스의 띠처럼 계속 겨눠지고 그럼에도 인명에 대한 연민이 수없이 반복되는 복수를 만들어 냈다. 뭐 그런 설정들. 주인공의 현란한 칼솜씨에 한참 놀라다 눈을 떠보면 그곳은 서커스단이 살고 있는 허허벌판, 주위엔 아무도 살지 않는 것 같은 그곳에서 주인공은 아무도 모르는 척, (척보면 범상치 않음은 내가 봐도 금새 알 것 같이 잘생긴 남자) 세탁소를 하며 살고 있다. 그리고 그를 노리는 위협, 그런데 그건 아까 말한 그 남자의 복수극이 아니다. 생판 모르는 여자의 복수다. 사랑의 감정조차 메말라 보이는 남자는 여자를 대신해 방어를 잘 해주고는 또 먼 길을 떠난다.


역마살도 이만 저만이 아니다. 영화 내내 그가 데리고 다니던 아이가 나중에 그를 향해 칼끝을 겨눌지, 또 영화 막판에 시베리아 얼음을 뚫고 등장한 검은 망토의 자객들은 또 누구인지, 아마 속편을 염두해 둔 것이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전지현, 정지훈, 정우성에 이어 장동건까지, 하나같이 복수극을 펼치기 위한 자객의 이미지로 정형화되는 걸까. 막연하게 외래 문화자본에 의해 무차별적으로 소비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하기사 홍콩 느와르 영화의 상징인 영웅본색의 큰 형님 적룡도 나온 것을 보면 이 영화에 캐스팅되는 것은 꽤나 큰 메리트가 있었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