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아웃레이지 - 믿을 놈 하나 없군

효준선생 2010. 11. 30. 01:19

 

 

 

 

몇해전만 해도 한국에선 조폭 영화라는 장르가 생길정도로 유행을 했었다. 물론 스코어도 좋았다. 장르는 하나로 일괄했지만 달콤한 인생같은 느와르가 있었던 반면 두사부일체 시리즈, 가문의 영광시리즈처럼 우스개 코믹 드라마도 적지 않았다. 그런 영화를 보면서 혹자는 조폭을 미화한다며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못한 바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류의 영화 거의 찾아볼 수 없으니 영화제작 자체가 시들해진 모양이다.


십여년전에 일본의 이타미 주조감독이 야쿠자를 부정적으로 묘사했다고 해서 린치를 맞은 사건이 있었는데, 오늘 본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아웃레이지는 생 날것의 냄새가 나는 전형적인 야쿠자 영화로 보였다. 영화 시작부, 6대의 육중한 대형승용차가 지나가면서 이 영화 결코 만만치 않음을 시위하는 것 같아 보였는데, 그도 그럴것이 거칠기로 무서울 것이 없는 야쿠자 조직이 어떻게 궤멸되는지 선명한 색채로 보여주었다. 웬만한 영화는 뒤로 갈수록 처질텐데 이 영화는 우직하게 힘의 논리로 밀어붙이고 있다.


이 영화 초반에는 등장인물이 많고 그들의 서열을 이해하지 못하면 오락가락했기에 그 작업부터 머릿속에 넣어야 했다. 얘는 쟤 밑에, 아니다. 위인가? 혼동도 잠시 사건이 일어나고 정리되면서 서열은 이내 정리가 되었다. 하지만 그뿐이 아니었다. 권력을 향해 하극상이 발생하고 오늘의 동지가 내일은 내가 죽여야 할 적이 되는 순간에는 온통 혼란스러워 졌다.


서열은 개나 줘버려가 되는 순간, 설마 주인공이 죽겠냐, 홍콩 영화에서처럼 충성심 강한 부하가 보스를 위해 복수를 하지나 않을까 기대를 잔뜩했는데, 그것도 착각이었다. 죄다 남기없이 깡그리 죽고 남은 건 거의 기대를 하지 않았던 그들...


얼마전 한국 재벌가 출신들 중에 모종의 사건에 휘말린 일이 터졌다. 그런데 해당 재벌가에선 그를 방계라고 그 이름도 생소한, 직계가 아닌 방계라고, 그렇게 하면 자신들과 거리를 둘 것 같아서 그랬겠지만...그 방계처럼, 이 영화에서도 보스의 바로 밑 조직이 아닌 참모는 방계인 셈인데 만약 방계가 직계를 해치면 이 영화는 결국 믿을 놈 하나도 없다는 속담에 어긋나지 않는다.


중국에서 보자면 강호의 도리가 땅에 떨어진 셈이고 유교에서 말하는 충과 사의 개념에서 보자면 말도 안되는 경우지만 살아남는 자가 가장 강한 놈이라는 게 맞는 말이다. 이런 약육강식의 정글속에서 달랑 하나뿐인 목숨 부지하기가 너무 어려워 보인다. 주먹도 아닌 총 몇발에...


잔인한 장면도 많고 끔찍한 장면도 많다. 야쿠자 세계에 유독 관심이 많지 않고서는 일부러 찾아볼 이유는 별로 많아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기타노 다케시팬이라면, 개인적으로는 부하 미즈노역할로 나온 시이나 깃페이가 마음에 들던데.